역사학자 “영수가 아무리 졸라도 아이스케키는 절대로 사 주지 마시오. 여름철에 가장 위험한 음식이 아이스케키외다. 부모님께도 사 주지 마시라고 신신부탁드리시오.” 1954년 외국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의사가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영수 어머니가 아들에게 아이스케키를 안 사주고 배길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아이스케키는 거의 유일한 여름철 군것질거리였다. 더구나 아이스케키를 손에 쥐는 것은, 살 만한 집 자제라는 표시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온종일 땀에 젖어 거리를 헤매면서도 제 입에는 하나도 넣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한겨울에 채취한 얼음을 한여름까지 보관하는 빙고(氷庫)는 신라시대부터 있었고, 조선 후기에는 민간업자가 경영하는 사설 빙고들도 생겼으나, 왕공귀족이나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여름에 얼음 먹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여름철 얼음이 흔해진 것은 전국 각지에 제빙(製氷) 공장들이 출현한 1926년부터다. 얼음을 입에 넣으면 잠시 냉기를 느끼기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1932년께부터 아이스케키라는 이름이 붙은 군것질거리가 시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설탕물이나 사카린 탄 물을 얼려 작은 막대기에 꽂은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했다. 아이스케키는 시원하고 달콤했으나 위험했다. 이후 총독부는 여름철마다 아이스케키 공장과 장사꾼들을 대상으로 위생검사를 실시했지만, 위험은 줄지 않았다. 아이스케키는 1930~40년대 내내 장티푸스 발병 원인 1~2위를 다투었다. 1960년 무렵이 되어서야 아이스케키의 위험성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는 불량식품의 대명사 격이었던 아이스케키라는 이름 대신 하드나 아이스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오늘날 주택가 작은 상점 입구에는 거의 어김없이 아이스케키가 든 냉동고들이 놓여 있다. 사람의 성정으로 보면, 달콤함은 따뜻함과 어울리고 쌀쌀함은 씁쓸함과 어울린다. 가슴에 냉기를 품고도 얼굴엔 달콤한 미소를 짓는 훈련을 거듭하는 현대인들에게, 아이스케키는 참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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