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미쓰 신이치 전 <신오키나와문학> 편집장이 6월30일 인천 인하대에서 열린 <황해문화> 100호 발간 기념 학술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황해문화 제공
일본 오키나와는 과거 ‘류큐왕국’이 해상무역으로 번성했으나 19세기 근대국가들의 제국주의적 팽창 속에 자주성을 잃고 줄곧 미국과 일본의 지배와 예속 아래 놓여왔다. 강대국들의 ‘대리전쟁’을 수행하는 군사기지가 들어섰고, 주민들의 삶은 철저하게 주변화됐다.
오키나와 출신 시인 가와미쓰 신이치(86)는 1981년 ‘류큐공화사회헌법C사(시)안’이란 글을 발표했다. 오키나와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헌법안’을 제안한 글인데, 제목부터 본문 구절 하나하나까지 도발적인 문제 제기가 빼곡하다.
먼저 ‘공화국’이 아닌 ‘공화사회’를 말하며, 아예 “국가의 폐기”를 선언한다. 국가가 없으니 군대도 없다. “침략 행위에 맞서 무력으로 해결을 도모해선 안 된다”며 모든 무력 행위를 거부한다. 지리적으로 류큐제도에 포함되는 영역을 ‘센터 영역’이라 규정하긴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을 뿐 영토 개념도 불확실하다. “이 헌법의 기본 이념에 찬동하고 준수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인종, 민족,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그 위치에서 자격을 인정받는다”며 ‘공화사회’의 일원이 될 자격을 완전히 열어놓는다.
‘망상’(유토피아)이라는 비판도 있겠지만, 가와미쓰 헌법안은 되레 근대 국민국가 체제가 만들어낸 환상과 그 뒤에서 벌어진 폭력과 지배의 현실(리얼리즘)을 정확하게 담아낸다. 최근 <황해문화> 주최 학술행사에서 밝힌 그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도 흥미롭다.
“한국은 제주도를, 일본은 류큐·오키나와를, 중국은 대만·해남도(하이난섬)를 ‘잠재 주권’의 경계로 양도한다. 이어져 있는 이들 섬은 ‘월경 헌법’을 창건하고 영세중립의 비무장 체제를 취해 아시아 각국의 외교 테이블로 한다. 가능하다면 유엔의 아시아 지부도 유치해 분쟁 해소의 기능을 강화한다.” 때론 상상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최원형 책지성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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