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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인구감소와 사회디자인 / 이명원

등록 2018-07-06 17:32수정 2018-07-07 11:17

이명원
문학평론가·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왔다. 사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한국보다 앞서 일본에서 중요한 정책의제로 검토되던 실정인데, 오히려 한국이 가파른 인구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인구감소의 문제는 개인, 사회, 국가 모두에 상이한 인식과 감정을 초래하게 만들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산업화 이후 일련의 문명적 수준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저성장 구조로 고착된 글로벌 자본주의,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동기술화,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쇠퇴와 일자리의 축소, 공감 공동체의 해체와 손익 판단에 기반한 개인화 경향 등 여러 복잡한 구조적 층위의 변화들과 함께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를 포함한 인구변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학>이라는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인구감소 문제’를 정부 정책상의 대증요법으로도 다루지만, 근본적으로는 문명적 스케일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우치다 다쓰루가 책임편집으로, 강상중을 포함한 11명의 필자들이 일본 사회를 대상으로 ‘인구감소’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서 특히 나는 히라카와 가쓰미의 <인구감소가 초래한 윤리 대전환의 시대>라는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왜 그런가?

첫째, 저출산의 문제를 단지 합계출산율로 분석해서는 안 되고 ‘출산 시기’ 여성의 연령 문제가 중요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1985년에서 2010년까지 일본 여성의 연령별 출생아 수 추이를 검토하면, 20대 출산율은 거의 반 이상 줄었지만, 30대 출산율 특히 35살에서 39살까지의 출산율은 2배 이상 늘었다. 20대는 저출산이지만 30대는 고출산이다.

둘째, 따라서 저출산의 원인은 만혼(晩婚)화 경향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의 ‘다자녀 지원’ 등의 대증요법은 전혀 효력이 없는 정책이다. 오히려 만혼을 불가피하게 하는 원인을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

셋째, 비혼(非婚)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정책 문제다. 히라카와는 일본은 물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보면, 유교적 가족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한다. 현실은 핵가족인데 의식은 대가족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비혼 출생아 비율이 일본은 2.3%, 한국은 더 낮은 1.9%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의 비혼 출생아 수는 2015년 현재 이미 50%를 상회하고 있다.

넷째, 이는 ‘법률혼’에 의한 가족공동체와는 다른 공동체 혹은 사회적 파트너십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변화된 공동체 모델을 새로운 윤리와 법적·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정부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이들 사회라고 해서 종래의 가족윤리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령 가톨릭 윤리가 저류에 있는 프랑스 역시 이러한 공동체 모델의 전환 과정에서 사회적 동의를 얻는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여기까지의 내용도 그렇지만, 결론 부분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저출산·인구감소 문제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될 윤리적 가치는 무엇인가. 화폐경제와 손익 판단에 따른 교환양식을 넘어서 사회적 공통자본의 재생과 상호부조의 윤리를 재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이후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지 않는 한 저출산·인구감소의 경향은 필연적이다. 대안적 사회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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