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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최현숙의 말 쓰기] 교회에 갇혀 모독당하는 예수

등록 2018-07-15 20:48수정 2018-07-16 09:42

사진 박김형준 사진가
사진 박김형준 사진가
최현숙
구술생애사 <할배의 탄생> 저자

나는 성체조배를 좋아한다. 성당을 다닐 때는 조용한 시간을 택해 본당 안 감실(龕室, 성체를 보관하는 곳)을 마주하거나, 따로 마련된 성체조배실을 찾곤 했다. 성당을 자퇴한 이후는 지하철 안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사이에서, 분노와 혼동과 오류의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할 때, 눈을 감고 내 생각을 털어내며 성체조배를 하곤 한다. 그렇게 정리한 매번의 결단이 예수 뜻인지 내 뜻인지는 모르겠다. 그 결단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비겁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서른셋에 죽은 당신은 좋겠소, 죽을 자리를 피하며 육십을 넘기다 보니 갈수록 사는 게 비루하구려.’ 투덜대면서.

예수의 알맹이는, 모든 모욕과 죽음까지를 수긍하면서 실천한 사랑과 정의다. 옥상 위에서 두들겨 맞고 끌려 나온 노동자들 속에, 대한문 앞에서 밤새 조롱당한 해고자들과 조문객들 속에, 원통함을 참다못해 법망에 걸려 감옥에 갇힌 궁중족발 김우식들 속에, 교회의 단죄와 낙인으로 목을 맨 동성애자와 성전환자들의 쪼그라든 모가지 속에, 굴종하며 산 할매들의 한과 성차별에 맞선 손녀들의 분노 속에, 공중화장실에서 홀로 낙태를 한 여성의 쿵쾅대는 심장 속에, 천주교대구교구가 운영하던 ‘대구 희망원’에서 근거 없이 죽어나간 장애인들 속에, 이웃 나라 아이들의 전원구조 소식에 독한 울음이 또 복받치고 마는 엄마와 아빠들 속에, 거론조차 안 되는 세월호 생존자들의 고통 속에, 온갖 남의 일에 쫓아다니느라 가난과 비난을 뒤집어쓰는 활동가들의 허탕 친 투쟁 속에, 썩어가는 교회에 남아 소명을 다해보려는 평신도와 수도자들의 안간힘 속에, 남의 나라 창고와 수용소에서 삶을 잇는 난민들 속에, 세상의 모든 지옥 속에 예수는 있다. 그들과 함께 두들겨 맞고 조롱당하며, 굴종하고 분노하며, 통곡하고 질질 짜며, 목을 매고 불태워지면서, 훼손당하는 모든 생명들과 함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천주교 영광송 중) 예수는 훼손당하고 있다. 이것이 예수이고, 이를 외면한 모든 신비는 껍데기다.

껍데기만 챙겨 천상을 웅얼대는 전례와 교회법에 예수를 가두고, ‘지극한 정성으로 받아 모시고 최상의 흠숭으로 경배하며 최고의 존경을 드리'(소위 ‘성체 훼손’ 건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입장문 중, 2018년 7월11일)는 행태야말로, 예수 모독이고 성체 모독이다.

성체의 핵심은 밥이다. 평등과 정의에 굶주린 이들에게 먹혀, 힘이 되고 똥이 되는 것이 성체다. ‘내가 너희의 밥이 된 것처럼, 너희도 이웃의 밥이 되라’가 ‘최후의 만찬’의 핵심이다. 핵심은 빼고 ‘지극하고 최상이고 최고’라는 전례를 덮어씌운 채, 그 전례 주관조차 2000년 전 기록을 근거로 ‘남자만, 영원히’(2016년 11월 프란치스코 교황 발언, 2018년 7월 안봉환 주교회의 홍보국장 신부의 복창) 해야겠다고 21세기에도 우기는 퇴행이야말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고 심각한 충격’(위 주교회의 입장문 중)이다. 하여 천주교의 여성 억압에 분노한 여성의 행위에 대해 그 남자들이 보이는 작금의 호들갑이 가관이다.

연관된 질문 하나. 한만삼은 어찌 되셨나? 피해자와 세상에서 빼돌려준 형들 앞에서만 회개라는 걸 하고, 그 형들이 준 성체를 받아 잡숴서, 형들의 하느님에게 용서라는 것까지 받아내셨나? 까짓것 엎어진 김에 ‘여자들과 더불어 몸을 더럽히’(묵시록 14:4)려고, 늦게나마 껍데기 하나는 벗으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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