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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헬로, 블록체인] ‘예비 범죄자’와 판검사의 만남 / 유신재

등록 2018-08-29 17:56수정 2021-01-17 11:03

보스코인은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암호화폐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157억원을 모금한 한국 1호 ICO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정부는 ICO를 전면 금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박성준 동국대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최근 올해 안에 국내에서 ICO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잡아갈 테면 잡아가라는 태도다.

지난주 금요일 전명산 보스코인 이사와 박 교수가 판사, 검사들 앞에 섰다. 형사법정은 아니었다. 이정엽 대전지법 부장판사가 주도해 만든 블록체인법학회 창립총회 자리였다. 여러 현직 판사, 검사, 변호사와 함께 전 이사와 박 교수도 연구자로 참여했다. 학회는 현행 법체계로 다룰 수 없는 블록체인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적 쟁점을 연구과제로 발표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율, 블록체인 상거래에 대한 과세, 암호화폐 이용 사기 등과 관련한 형사법적 쟁점, 스마트계약의 민사법적 쟁점 등등.

현직 판검사들이 정부가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ICO 프로젝트 관계자들과 나란히 앉아 정부가 가장 민감해하는 연구과제를 발표하는 모습은 너무 신선해서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다. 대법원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검찰이 청와대의 하명수사를 받들던 게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이 어색한 느낌은 홍은표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교과서적인 발언으로 정리됐다.

“헌법에는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예외적으로 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법이 없으면 다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블록체인과 관련된) 법이 없는데 현실은 안 그렇죠.”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육성하겠다지만, 정작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암호화폐, ICO, 거래소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을 “ICO 금지”를 구두 경고 한 뒤 손을 놓고 있다.

암호화폐와 거래소에 대해 규제를 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드는 순간 국민들이 ‘암호화폐 합법화’로 받아들여 또다시 투기광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관료들의 속내다. 투기광풍과 사기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국민들을 서너살 난 아이로 취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네살배기 쌍둥이를 키우는 처지라 틈틈이 육아서적을 찾아 읽고 있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일관된 원칙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게 여러 육아서적의 공통된 가르침이다. 하물며 관료들이 국민들을 상대로 어설픈 부모 노릇을 해서야 되겠는가.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블록체인 기술 육성을 포함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발표했다. 민간이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정부는 개별 기업이 할 수 없는 인프라 구축을 한다는 것이 큰 뼈대다. 법과 제도야말로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다. 정부가 현직 판검사들이 많은 부담을 무릅쓰고 만든 블록체인법학회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면 참 좋겠다.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sjyoo@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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