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는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보는 ‘동체시력’이 일반인보다 조금 뛰어난 편이다. 시선 초점을 정면에 두고서 왼쪽과 오른쪽의 주변을 동시에 살피는 능력도 어느 정도 있다. 다른 사람 눈엔 좀 산만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하다 슬그머니 카메라를 들어 다른 쪽을 찍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이는 빠른 움직임이 있는 사진, 특히 스포츠 사진을 잘 찍으려면 필수적인 능력인데 그 외 취재에서도 요긴하다. 예를 들어 돌멩이나 화염병, 최루탄, 비행 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지랄탄’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사진을 찍으려면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살펴야 한다.
“가끔 하늘을 보자.” 어느 노래 가사에서 본 것도 같고 영화 제목으로도 쓰인 것 같은데 어쨌든 나도 다른 이유로 가끔 하늘을 본다. 사람은 대체로 자기 눈높이 앞에 있는 것만 보는데 눈앞에는 주로 다른 사람이 있다. 그게 지겨워서 땅도 보고, 하늘도 보는 습관이 있다.
제주도 서귀포였다. 이날도 땅을 한번 봤는데 동전 하나 없어 고개를 들었다. 음력 삼월 초닷샛날, 초승달이 하얗게 떠 있었다. 달을 보며 본능적으로 좌우를 의식했다. 오른쪽 위에서 뭔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오른쪽 검지는 이미 셔터 위에 올라갔고,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달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제트여객기가 벌써 달려들고 있었다. 세 컷을 연속으로 찍었다. 제트기가 사진에서 달의 가로 크기만큼 움직이는 데 0.5초도 걸리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면서 전혀 상관도 없이 순식간에 E.L.O의 노래 <티켓 투 더 문>과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의 흑백 무성영화 <달세계 여행>(1902)이 떠올랐다. <티켓 투 더 문>은 현실이 싫어서 하늘 높이 올라 달나라로 간다는 것인데 편도 티켓이다. <달세계 여행>에선 인류가 쏘아올린 포탄형 로켓이 사람 얼굴 모습의 달 표면에 박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저 여객기는 달에 착륙하지도, 충돌하지도 않았다. 나는 딱 3초 동안 하늘을 보고서 다시 인간계 눈높이로 돌아왔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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