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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삼팔선의 ‘동비홀’ 개성 / 김영배

등록 2018-10-28 16:16수정 2018-10-28 19:02

그래픽 디지털출판팀
그래픽 디지털출판팀
경기도 연천·파주·포천·가평, 강원도 화천·춘천·인제·양양.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북위 38도(삼팔선)에 걸려 있는 땅 이름이다. 북한의 개성(開城)도 삼팔선 위에 있다. 이 때문에 개성 지역은 1945년 해방 직후 한반도 남쪽과 북쪽에 각각 진주한 미국과 소련의 관할로 양분됐다. 일제를 몰아낸 두 강대국이 삼팔선을 경계선으로 삼았던 탓이다. 한국전쟁 뒤엔 정전협정에 따른 군사분계선(휴전선)의 서쪽이 삼팔선 아래로 처지게 그어져 개성은 온전히 북한 영역으로 편입됐다.

개성은 고려왕조 500년의 중심이었고 조선왕조 들어서도 초기 2년 남짓 동안 도읍지였다. 분단의 삼팔선과 달리 두 왕조를 이어준 연결고리였던 셈이다. 이곳에 2003년 6월 남북 합작으로 개성공단이 조성되기 시작해 이듬해 12월 첫 제품이 나왔다. 개성공단은 금강산 관광 사업과 함께 남북을 경제적으로 잇는 두 축 노릇을 했으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남북 사이의 한 가닥 연줄이었다.

한반도 절반을 자르는 선 위에 있고, 북한의 중심 평양보다 남한의 중심 서울에서 더 가까운 곳이란 지리적 특성을 생각하면 남북 경제협력 장소로 개성보다 더 알맞은 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듯싶다. 지명부터 폐쇄적인 북한의 문을 열어젖히는 곳으로 적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이란 지명의 뿌리는 고구려 시절의 ‘동비홀’(冬比忽)이며, 이는 ‘열린 성’이란 뜻의 ‘도비구루’(두비구루)를 한자로 표기(음역)한 것이었다 한다. 개성 서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 서해로 빠져나가는 예성강 덕에 너른 들이 생겨나 있는 땅 모양과 잘 어울린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로 2년8개월 동안 남쪽엔 ‘닫힌 성’이었던 개성의 문이 다시 열릴 것이란 바람을 갖게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들의 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 문제를 북한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인들의 방북이 곧 공단 재가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대북제재 완화 뒤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뜻을 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때맞춰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한 자산에 내린 동결 조치를 풀겠다는 뜻을 통보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남북 경협의 복원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이길 바란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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