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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불수능과 현장실습 / 안영춘

등록 2018-11-20 16:46수정 2018-11-20 19:10

지난 17일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민호씨 1주기 추모 행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17일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민호씨 1주기 추모 행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불수능’이었다고 난리다. 수능 난이도 논란은 연례행사다. 경우의 수는 ‘물’ 아니면 ‘불’뿐이다. 사이도 없고 균형도 없다 보니 난이도에 대한 체감이라기보다 물불 안 가리고 대입에 올인하는 우리 사회의 조건반사일지 모른다는 의심마저 든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성인 언저리 또래들을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문제를 푸는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100%가 아니라 68.9%다.(2017년 통계청) 나머지 31.1%는 여러 이유로 대학에 가지 않는다.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은 대학 전 단계인 고등학교의 유형을 10가지, 다시 세분하면 19가지로 나누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역시 일반고다. 이보다 덜 일반적인 자율고(공립형, 사립형)도 있다. 좀 더 특별한 특목고에는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가 있는데, 직업교육을 하는 마이스터고는 오히려 특성화고에 가깝다. 특성화고는 직업교육, 대안교육 두 유형이 있다. 이밖에 대안학교, 외국인학교 및 외국교육기관, 방송통신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교, 특수학교가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우리나라 고교는 대입을 전제하는 학교와 취업을 전제하는 학교,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해방 전부터 이를 각각 인문계와 실업계로 불렀다. 두 이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상징적 위계가 있었다. 신경숙의 자전 소설 <외딴방>에는 실업계라는 이름의 그림자가 처연한 미학으로 드리워져 있다. 교육부는 실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며 2007년 전문계고로, 2010년 다시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꿨다. 다양한 맞춤형 직업교육에 따라 이름은 더 세분됐지만, 기대만큼 인식이 개선된 것 같지는 않다.

19일은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희생된 특성화고 학생 이민호씨의 첫 기일이었다. 현장실습 제도는 실업계 출신 노무현 대통령 때 없어졌다가 “내가 해봐서 아는” 실업계 경유 대졸 출신 이명박 대통령 때 되살아났다. 참사 뒤 정부는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다. 1년이 지난 지금 기업들은 정부 대책을 따르느니 학생을 받지 않으려 하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이러다 취업을 못 할까 불안해하고 있다. 현장실습생을 값싸고 부리기 좋은 노동력으로 여기는 태도와, 대학이 아니면 교육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은 뿌리가 같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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