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 썼던 글을 찾아야 했다. 회사 온라인사이트에 올렸던 뉴스메일이었다. 검색하면 금방 찾을 것 같았다. 어라? 국내외의 어떤 포털에도 없었다. “프린트라도 해둘 걸”. 낭패였다. 10여 년 전 회사가 서버를 바꾸면서 온라인의 예전 글들이 몽땅 사라진 것이다. 쓰린 속을 붙들고 끙끙거리다 사무실의 책장 구석에서 오래전에 쓰던 것이 튀어나왔다. 플로피디스크. 일명 디스켓. 용량이 1.44Mb짜리인 컴퓨터 보조 기억장치. 다음 문제는 디스켓을 읽는 것이었다. 주변에다 ‘플로피디스크 리더기’를 수소문했다. “무슨 리더기라고?”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디스크를 보여줬더니 빵 터졌다. “웬 구석기시대의 유물이냐?” 곡절 끝에 리더기를 빌렸고 마치 석기 시대의 정보기록 장치였던 동굴벽화를 새롭게 발견해 흰 장갑 끼고 솔질하며 발굴하는 심정으로 디스켓을 리더기에 조심스레 넣어보았다. 5개 중 1개가 살아있었다. 거기서 한글파일을 여럿 건졌다. 지구 어디에도 없던 20년 전 나의 글이 무사히 돌아왔다.
이 사진은 2005년 여름, 전북 부안의 바닷가 마을에 취재하러 갔을 때 만난 꼬마들을 찍은 것이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다가 “아저씨가 사진 찍어줄게”했더니 “잠깐 기다려보세요. 저도 카메라가 있어요”하고는 집에 묵혀두던 필름카메라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하나둘셋” 하면서 서로 찍었다. 내 손에 든 것은 디지털카메라다. 저 카메라에 필름이 들었다면, 그리고 인화까지 했다면 내가 찍은 디지털 파일과 꼬마가 찍은 필름이나 종이사진 중에 뭐가 더 오래 살아남을까? 여기까지 쓰고 나서 나는 ‘저장하기’와 ‘인쇄’를 눌렀다. ‘저장하기’의 아이콘이 디스켓이었다!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