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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뭐길래? / 김진

등록 2018-12-19 17:53수정 2018-12-20 10:48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자료 사진.
17개 ‘경제’ 단체들이 12월17일, 다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는 공동 입장을 냈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마자 시작된 개정 반대 목소리가 9월18일 ‘공동입장문’으로 이어지더니, 다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앞두고 공동성명이 나온 것이다. 며칠 전 한 야당 의원은 “시행령 개정은 대법원 판례에 위반되고, 최저임금 인상 폭탄으로 산업계에 악영향을 준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이런 목소리에 가세했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 진실을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닐 테니, 악의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는 생각에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법령상 개념의 불일치와 현장 혼란을 바로잡으려는 매우 기술적인 조처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는 법률에 따라 시급으로 최저임금을 고시해왔는데,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 나누는 209시간(왜 209시간인지를 설명하면 조금 복잡해지니, 월평균 유급으로 쉬는 휴일 4.3일을 포함시켜 그렇다고만 해두자)을 사용하여 ‘월 환산 금액’을 함께 발표해왔다. 월급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우리 현실에서 원래 최저임금 결정 때 고려해야 하는 최저생계비 등은 월 단위로 고려되기 마련이고, ‘시급 7530원’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 까닭에 언론이나 시장에서도 “2018년 최저임금은 월 157만3770원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법원에서 몇차례 최저임금위원회 고시에도 불구하고 “209시간이 아니라 174시간을 곱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과 정부, 그리고 시장의 많은 사람들이 157만3770원이라고 생각했던 최저임금이 갑자기 131만220원이 될 상황이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 고시와 노동법 학자들의 설명을 믿은 사장님들은 157만3770원을 지급하는데, 이 판결의 의미를 간파한 노무사들로부터 설명을 들은 사장님들은 131만220원을 지급하고, 노동청에서는 최저임금 미달이어서 체불이라고 하는데 어떤 노무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어떤 법원에서는 여전히 174가 아니라 209를 곱하여 157만3770원이 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이라고 판결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개근을 했는지에 따라 법 위반 여부가 달라지고 개근한 사람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만근하면 174를 곱해야 하지만, 결근하면 209를 곱해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판결의 원인이 바로 시행령이다. 시행령에 ‘소정 근로시간’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유급 주휴일은 빼고 실제 일하는 174시간만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시행령 문구 때문에 이런 판결이 몇번 나와 혼란이 가중되자, 고용노동부에서 나서서 이를 설명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만든 것이다. 요컨대 이번 개정은 계산방법의 문제이며 일관성 있게 법령을 가다듬는 일이다. 시행령 개정이 기업에 예측하지 못한 추가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님에도, “최저임금을 20~40% 높인다”고 하여 최저임금액 수준의 문제로 몰아가거나, “연봉 9천만원인 사람도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 상황”을 언급하며 ‘산입범위’의 문제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인상 속도 조정에 대한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인상 속도에 관해서는 더 많은 사정을 고려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관련 규정이 실제 임금체계와 맞지 않아 중위임금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는 상황도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노동계의 큰 반대를 무릅쓰고 6월 법 개정을 통해 산입범위도 바꾸었다.

하지만 월급 환산 방식을 둘러싼 법령 정비 문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시행령 개정도 최저임금 인상하자는 이야기라며 반대하는 것은, 뭇매를 맞고 있는 최저임금을 빌미로 법령 정비마저 내팽개치고 혼란을 방치하자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과연 얼마의 임금이 필요한지 진지한 논의를 하기에 만도 바쁜데, 최저임금 인상의 기준이 될 월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위원회가 생각한 174만5150원인가, 판결에 따른 145만2900원인가에 관한 소모적 논쟁까지 해야 한다는 것인가. 올해가 가기 전에 이를 바로잡는 시행령 개정이 꼭 이루어져, 내년에는 부디 제대로 된 최저임금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진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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