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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 낡은 생산방식·고비용구조 혁신할 광주형 일자리 / 박명준

등록 2019-01-08 18:28수정 2019-01-09 13:28

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제1투자자와 제2투자자가 되어 새로운 완성차 공장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여기에 평균 연봉 약 3천만~4천만원의 새로운 일자리 약 1천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 2018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다.

작년 한해 여러 진통을 거치면서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투자협상이 성사되는 듯했다가 끝내 타결이 되지 못했다. 이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맺는 당사자들끼리의 신뢰와 소통이 충분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 사업을 두고 많은 오해와 논란이 있었다.

첫째, 자동차산업 시장이 이미 과포화 상태인데, 왜 신규 공장을 짓고 추가 생산을 하느냐는 비판이 있다. 자동차 시장은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다. 신규 공장은 당연히 국내 시장뿐 아니라 국외 시장도 함께 공략할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생산해서 시장의 선택을 받는 것은 기업활동의 본령이다. 국내 공장의 낡은 생산방식, 낮은 생산성, 경직된 노사관계 그리고 고비용 구조는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여지를 막아왔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자본도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새로운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그것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현대차노조 간부들과의 면담. <연합뉴스>
지난해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현대차노조 간부들과의 면담. <연합뉴스>

둘째,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가 각광을 받는 시대에 왜 구시대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더 만드느냐는 비판도 있다. 지금이 아날로그 시대를 보내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기임은 틀림없다. 하나 그러한 전환이 단속적으로, 칼로 무 자르듯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내연기관차의 시대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는 만무하며, 미래형 자동차가 상용화될 때까지는 향후 상당히 많은 실험과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새로운 시장에의 투자 기회를 찾는 작업을 내연기관차 부문에서는 아예 중단하는 단속적인 길보다 점진적인 전환의 경로를 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가 그 매개가 될 수 있다.

셋째, 이 사업이 결국 전반적인 저임금화를 초래할 거라는 비판도 있다. 새로운 법인은 현대차가 아니라 광주시가 최대 주주인 회사로 기존의 현대차와 법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분명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여 장시간 노동을 동반하는 고임금 기회를 상당히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사업을 통해 그들의 임금을 깎고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대차의 고비용, 경직된 노사관계 구조는 이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으며,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처들의 도입을 통한 기존 방식의 수정은 객관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다. 어쩌면 광주형 일자리가 그러한 개혁을 촉진할 계기가 간접적으로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개혁이 껄끄러워 광주형 일자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못하다.

나아가 신설법인의 조건이 저비용일 수는 있어도 결코 저임금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연봉 이외에 사회임금이라고 볼 수 있는 주거, 보육, 교육, 의료 등의 측면에서 국가의 지원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장에서 기업복지로 감당하거나 노동자 본인의 시장임금을 통해 해결하던 많은 사회적 필요들을 사회복지를 통해 해결해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광주 지역에서 정규직에 지금과 같은 높은 사회임금의 기회를 갖는 일자리를 저임금에 나쁜 일자리라고 칭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노동권의 양보를 요구하는 자본의 무리한 요구를 담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연말 투자를 가능하도록 하는 마지막 검토 과정에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투자자들끼리 합의한 조건 가운데 ‘누적생산대수 35만대 선까지는 신설법인 노사협의회의 의결사항이 유효하게 한다’는 규정에 반발하는 광주지역 노동조합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여 세가지 수정안을 제시했다가, 현대차의 동의를 끝내 얻지 못한 채 협상을 마감한 바 있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임단협을 5년간 유예할 것을 요구하는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현재의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의 투자 조건에 대한 합의(상생노사발전협정서)의 성격 자체도 그렇고, 해당 내용도 그렇고, 이것이 노동권을 제약하는 의미나 취지, 또 권한을 갖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핵심 문제의식은 상생노사발전협정서에 담겨 있는 몇가지의 핵심 조처들(임금 구조, 임금 결정 원리, 근로시간 원리, 전환배치 방식 등)이 약 5년 정도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 이 사업에 동참하는 노동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해 달라는 완곡한 의미로 해석된다. 해당 내용은 신규 공장이 초창기 기반을 갖출 때까지 새로운 조건들을 유지해보자는 신사협정이다. 노동권 제약과는 범주가 다른 이야기이고 또 무관한 것이다.

다만 35만대까지 지속되어야 할 ‘의결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설정이 없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 문제는 그러한 약속이 필요한 취지를 노사민정이 함께 공유하고, 상생노사발전협정서의 내용 중에 신설법인에서 지속이 반드시 필요한 의결사항 항목이 무엇일지에 관한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내에 광주시와 현대차 간의 투자 합의를 이끌어내고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야 한다. 그 어떤 우려보다도 이 사업이 지니는 참신한 사회실험적 의미가 획기적이고 크기 때문이다.

[이슈논쟁] 광주형 일자리

<편집자주> ‘광주형 일자리’는 고임금 산업으로 여겨지는 완성차 공장을 새로 짓되,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고안된 사업이다. 광주광역시가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진해왔으나 노사 간 뿌리 깊은 불신 등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협상 결렬 뒤 광주시가 협상 재개를 모색하는 중이다.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해 좀 더 깊이있는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두 전문가(박명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서로 다른 시각을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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