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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밀레니얼과 Z 사이] ‘귀여니’ 세대가 본 ‘도티’ 세대 / 권도연

등록 2019-01-23 17:56수정 2019-01-23 21:47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이강순, 내가 니 별이다!”(귀여니의 <내 남자친구에게> 중에서)

이 문장을 읽던 순간이 어찌나 슬펐던지.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거의 입을 틀어막으며 슬퍼했던 열살의 내가 기억난다. 행복할 줄 알았던 두 주인공 남녀의 비극적 결말. 고작 인터넷소설을 읽으며 세상이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밀레니얼 세대로서 인터넷소설을 ‘고작’이라고 한 건 실수이자, 그간 우정에 대한 배신이다. 사실 평가절하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평범한 여중생과 사대천왕 킹카가 만나 전교생의 부러움을 사며 사랑에 골인하는 그 폭발적인 흡인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당시 사춘기 소녀에게 인터넷소설 작가 ‘귀여니’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디즈니조차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언제나 어른들이 혀를 차는 문화는 있다. ‘요즘 애들’에 대한 걱정은 매 시대의 담론이다. 이집트 피라미드 벽화에도 ‘요즘 애들’에 대한 문구가 쓰여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 당시 우리들의 미숙한 감정을 표현하기 가장 좋은 도구는 -_-^라든가 ㅇ_ㅇ, >_< 같은 것들이었다. 당시 걱정이 태산이던 어른들의 지적 또한 기억에 생생하다. 9시 뉴스에 심각하게 나온 인터넷소설의 천진난만함을 마주했을 때의 황당함이란.

2000년생이 스무살 성년이 된, 그런 시대가 왔다. 혹자는 1999년 12월31일 23시59초에 세상이 펑 하고 터져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는데, 2000년에 짠 하고 태어난 아기들이 벌써 성년이 되어버릴 만큼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사이 신인류처럼 등장한 존재들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크리에이터 ‘도티’ 세대다.

유재석은 몰라도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는 안다는 ‘도티’ 세대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그들은 아장아장 걷는 것보다 ‘슉’ 하고 스마트폰 화면 넘기는 법을 더 먼저 깨달았고(그 손짓이 얼마나 쿨한지는 직접 본 사람만이 안다), 글자보다 빨강 네모의 유튜브 로고 찾는 방법을 더 먼저 익혔다. 심지어 티브이 리모컨을 손에 쥐여줘도 별 감흥 없이 내려놓고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 그게 바로 요즘 아이들이고, 또다시 어른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공부가 중요한 고등학생쯤이 되면 있던 스마트폰도 폴더형 휴대전화로 바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손바닥에 펼쳐지는 동영상 세계가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그런 금단 조치까지 취하는 걸까. 그 대결 상대는 너무 막강하다. 일단 화면 속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 만들어주는 방송 채널들로 넘쳐난다. 게다가 나보다 내 속마음을 더 잘 아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라는 존재가 힘을 보탠다. 그 존재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섬세하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중인 것 같다. 아이들을 향해 마치 ‘시청하라, 한번도 노잼인 적이 없었던 것처럼’이라 외치는 것처럼 더 재밌고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찰떡같이 시청 목록을 구성해낸다. ‘노잼’ 없는 세대라니. 도대체 왜 더 걱정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문화는 고립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믿는다. 고립된 공간 속에서의 끈끈함이 뭉쳐 하나의 연대를 발생시킨다. 방구석 문화 창조를 경험해본 나로선 그들의 방에서 생겨날 그 ‘무엇'이 궁금하기만 하다. 때론 향유를 넘어 직접 카메라를 켜기도 할 것이다. 지금 내 감수성의 팔할이 귀여니 소설에서 나왔다고 자신하듯, 그들의 감수성은 또 다른 ‘급식체’(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말투라고 해 붙여진 별칭) 스타에게서 나오는 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와는 또 다른 그들만의 방구석 문화가 세상 밖으로 펼쳐질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연재를 시작하며>

세대라는 게 칼로 자르듯 정리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사회 교과서로 사회를 배우던 때부터 386 세대, 88만원 세대같은 단어로 세대를 익혀왔습니다. 90년대에 태어난 저에겐 ‘밀레니얼 세대’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00년을 전후로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88 서울 올림픽도 안봤단 말이야?”라는 말을 들으며 눈 깜짝할 새 진짜 ‘사회’라는 곳에 나왔습니다.

저는 사회에 나와서야 ‘Z세대’를 처음 만났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장래희망 1순위라고 말하는 바로 그 세대 말이죠. 자신의 흥밋거리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그들이 저에게는 신인류처럼 느껴졌습니다. 사회라는 곳에 적응하기도 버거워 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인 저에게 그들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고나 할까요.

‘밀레니얼과 Z사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Z세대 관찰기입니다. 도대체 저런 에너지는 어디서 생겨난 건지, 왜 그들은 스스로 카메라를 켰는지, 왜 크리에이터에 열광하는지 고민한 이야기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2002 한일 월드컵도 안 봤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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