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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슈논쟁] 그린수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우려된다 / 김지석

등록 2019-02-18 18:40수정 2019-02-19 12:44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수소차 보급과 수소경제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여러 나라에서 시도됐다. 그러나 번번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넘어서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격적으로 발표된 수소경제 로드맵은 여러모로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

첫째, 정부 로드맵의 첫장 첫 문단에 ‘원자번호 1번인 수소는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하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주에서 수소를 가져올 수도 없는데 그런 말로 긍정적인 느낌을 주려고 한다는 점이 일단 우려스럽다.

둘째, 한국에서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이미 판매 중인 수소차의 공인 연비는 전기차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현대의 코나 전기차의 공인 연비는 120MPG(리터당 50.8㎞), 넥쏘 수소차는 60MPG(리터당 25.4㎞)다. 반면 연료비는 수소차가 전기차의 3배 수준으로 매우 비싸다. 미국 국립연구소가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기준 수소차와 전기차의 대기오염 감소 효과는 동일하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수소차가 전기차 대비 30% 적다. 수소차를 판매 중인 도요타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 있어 수소차와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거의 같다는 평가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결국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대기오염을 줄이려면 전기차를 보급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그린수소 공급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우려스럽다. 수소는 물(H₂O), 천연가스(CH₄), 석유, 석탄, 탄수화물, 목재 등 온갖 물질에 대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주변에 많기는 한데 이걸 물에서, 천연가스에서, 석유에서 떼어내는 게 쉽지 않다. 떼어내는 게 다가 아니다. 떼어낸 뒤 순도를 높이고 압축, 수송, 저장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비용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 외국에서 수입해 들여온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의 상태에서 수증기와 반응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수소를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현재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그냥 대기 중으로 배출하면 친환경성이 매우 낮은 ‘회색수소’가 된다. ‘회색수소’를 쓰는 수소차의 환경성은 효율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준이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땅에 묻어버리면 ‘그린수소’를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이런 탄소포집저장 기술은 지금까지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공시킨 사례가 없다.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서 그간 추진된 탄소포집저장 사업은 번번이 무산됐다. 돈을 투자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기술도 아니다. 땅에 묻었던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기라도 하면 그린수소는 다시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회색수소가 된다.

정부는 일단 회색수소로 시작하지만 미래에는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떼어내는 수전해 기술을 사용해 그린수소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린수소 생산 가능성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외국 기관들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직접 전기차를 충전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수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해 수입해올 수 있으며 향후 수소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아무도 실증하지 못한 게 그린수소 생산이라는 점에서 막연하고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면 애매한 회색수소 인프라만 남게 된다.

다른 나라에도 수소경제에 대한 로드맵이 있고 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훨씬 더 신중하게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300곳, 승용차 4만대, 대형트럭 1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한국의 10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2022년까지 6만5천대 보급은 중국보다 10배 이상 공격적인 목표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수소차 한대에 3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니 단순 계산하면 수소차 보급에만 총 2조27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수소충전소 310곳을 설치할 계획인데 충전소 1기에 30억원이 소요되니 총 93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합쳐서 3조2천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다.

심각해진 대기오염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석유를 태워서 달리는 기존 자동차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고 인프라 비용이 높은 수소차 보급을 필두로 하는 수소경제 로드맵은 제대로 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과감한 조정도 필요하다. 필자는 이미 전기차를 2년째 소유하고 있는데 아파트 주자창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로 충전하면 2천원 정도로 200㎞를 주행할 수 있다. 수소차는 200㎞를 주행하려면 수소충전소에 가서 약 1만5천원을 써야 한다. 정책 결정에 있어 이런 차이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국민 부담은 적을수록 좋다.

[이슈논쟁/ 수소경제] 지난달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후방 산업 파급 효과가 크고 친환경적인 수소 에너지원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로드맵은 크게 수소차 생산 확대와 연료전지 보급 확대, 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 조성 등 세 축으로 짜여 있다. 2040년까지 수소차를 누적 620만대 생산하고 수소충전소를 전국에 1200곳 구축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와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생산분과를 맡고 있는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와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의 견해를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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