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밀레니얼과 Z 사이] 세대는 돌고 도네 / 권도연

등록 2019-02-20 18:33수정 2019-02-20 19:17

권도연
샌드박스네트워크 크리에이터 파트너십 매니저

어렸을 적 즐겨보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영장에 의자를 설치해 개그맨들을 앉히곤 게스트가 지정한 금지어를 말하는 순간 하늘에서는 물벼락이, 의자는 사람을 순식간에 저 멀리 수영장으로 날려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가학적인데 그때는 그렇게 웃겼다.

‘우리 때는 이랬다’는 말이 이런 금지어처럼 작동하는 시대지만, 그 말만큼 이해되는 말도 없다. 특히 기술의 발전을 대변하기에 좋은 문장이다. 나는 가만히 시간을 따랐을 뿐인데 어떤 대단히 공학적이고 기계적인 힘이 나도 모르게 세상을 바꿔버리지 않았나. 누구에게나 강렬한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때’의 이야기 범주를 기술 쪽으로 옮겨오는 것만으로도 대화는 조금 더 환영받을 수 있다. 얼마 전 다락방에서 꺼낸 30년 넘은 애플컴퓨터가 작동됐다는 해외 소식이 한국에서도 이슈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이십대 초반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며 그들의 시작점을 물을 때가 있다.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학창 시절의 얘기를 꺼낸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장난삼아 찍어서 올린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거나, 학교 숙제를 위해 영상 편집을 배웠는데 계속하다 보니 재미를 붙였다는 내용이다. 유튜브 검색창에 ‘UCC(User created contents) 숙제'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미 동영상으로 숙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숙제하듯 영상 편집을 하고, 홈페이지 만들듯 유튜브 채널을 만든다.

인기도, 재미도 모두 재능이 되는 시대다. 다들 작은 기회로 시작해 유튜브에서 재능을 찾았다고 말하는 점이 신통할 따름이다. ‘그냥'이라든지 ‘어쩌다 보니'라고 말하는 그들을 보면 ‘유튜브 시작해볼까?’라고 큰 결심을 하듯 질문해오는 나와 내 친구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어떤 카메라를 살지, 어떤 편집 프로그램을 배워볼지, 채널 운영은 어떻게 시간 분배를 해야 할지 처음부터 고민하고 새로 익혀서 내린 결론에 비하자면 어렸을 적부터의 학습된 그들의 재능을 넘어서기엔 거리가 참 멀다. 그들은 손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과자를 먹는 것만으로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니 말이다.

‘너희 때는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파워포인트를 고등학교 컴퓨터 시간에 처음 배운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전지에 매직으로 글씨를 써서 발표 준비를 하던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실에 벽걸이형 티브이가 설치된 지금과 다르게 옷장만한 티브이 보관함 뒤에 숨어서 먼지 범벅으로 체육복을 갈아입던 얘기도 있다. 또 당시에 ‘정보검색대회’라는 게 있었는데 검색이라는 행위가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던 때라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검색창에 올바른 검색어를 치고 스캔하는 능력만으로도 상장을 주곤 했다. 출생 앞자리가 숫자 ‘9'인 세대임에도 나름 많이 아날로그다.

계절이 돌듯 세대도 돈다. 동영상이 미래의 정답일까? 글쎄, 아마 그마저도 계속 돌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세상이 생긴 뒤로는 플랫폼이 각 세대의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누구는 네이버 밴드에 모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카카오 스토리에, 유튜브에 모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성지가 옮겨지기도 한다. 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혹자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30년 만에 들어가본 내 유튜브 채널에서 화석과도 같은 영상들을 발견했어요'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손에 무엇이 들려 있는지, 그것을 펼칠 공간이 어디일지는 지금 순간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