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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두경부암 환자로 산다는 것 / 김진환

등록 2019-03-04 18:05수정 2019-03-04 19:13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대한민국에서 암 환자로 산다는 것, 어쩌면 누군가에겐 불행 중 다행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같은 두경부암 환자라면?

두경부암 환자로 산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대부분에게 생경할 것인 두경부암은 쉽게 말해 목과 얼굴에 생긴 암의 총집합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금방 완치할 수 있다고 하나, 나는 이미 암세포가 몸속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로 진단돼 약물 치료 외 다른 선택지는 없었고 치료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일반적인 항암 치료에 얼비툭스(어비턱스)라는 표적항암제를 추가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급여라 비싸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약물 허가는 받았으나 정부 보험이 안 돼 치료제 비용 전부가 환자 부담이라고 했다. 고민하는 나와 달리 아내의 의지는 확고했다. 두 아들도 자기들이 돈을 버니 치료비를 보태겠다며 설득했다. 그렇게 반년간 약 3천만원의 치료비가 나갔다. 병원에 올 때마다 내는 진료비와 두 달에 한번 돌아오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비는 별도였다.

혹자는 4기 암 환자가 반년 넘게 살아낸 것은 기적이라며 놀라워한다. 담당 선생님도 치료 경과를 살펴볼 때마다 크게 힘든 부작용 없이 암세포가 줄어들고 있다며 격려했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어떤 암 환자에겐 행운이겠지만 나에겐 절망에 더 가까웠다. 아무 대안 없이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는 고액의 치료비를 이대로 계속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이 없으니 경제적 부담은 오롯이 나와 우리 가족의 몫이다. 혹시 몰라 들어둔 암보험도 두경부암의 경우엔 보험금이 아주 적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장암, 폐암과 같이 환자가 많은 암은 혜택이 큰데 환자가 적은 두경부암은 오히려 혜택이 더 적은 사보험 정책도 모순적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집안의 든든한 가장이었던 나는 가족 모두에게 죄인이 됐다. 아내가 생활비를 쪼개 차곡차곡 모아둔 비상금은 이미 바닥났다. 부모님께서는 평생을 모아 마련한 당신들의 아파트를 치료비에 보태라며 내놓으셨다. 차마 그렇게까지야 하지 않겠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식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칠까봐 두렵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차라리 효과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랬다면 진작 포기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암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 국물도 삼키지 못했던 내가 다행히도 표적항암제 치료로 뜨겁든 맵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던 우리가 내일을 기대하게 됐기 때문에, 나도 우리 가족도 치료를 포기할 수 없다.

환자 수가 적어 잘 보이지 않지만, 나 같은 두경부암 환자는 분명히 실재한다. 애초에 표적항암 치료를 시도해보지도 못한 환자들은 더 많다고 한다. 치료 경과가 좋아도 나빠도 고민이며, 모든 상황이 불안하고 답답하다. 질병이나 치료가 궁금하면 병원 상담실을 찾아가면 되는데 두경부암 환자에게 막혀 있는 정부 지원 문제를 호소하려면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도 몰라 막막하다.

두경부암 환자들의 유일한 바람은 내 옆을 지켜주는 가족들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다. 그 유일한 방법은 두경부암 항암 치료에 대한 정부의 건강보험 지원뿐이다.

김진환
경기도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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