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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크리틱] ‘한국 영화 100주년’을 알리는 법 / 노광우

등록 2019-04-05 18:02수정 2019-04-06 16:00

노광우
영화칼럼니스트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백주년이 되는 해라 국가적 기념행사들이 열렸고 또 마련되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지난달 1일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프랑스혁명 백주년 기념행사를 예로 들면서, 우리의 3·1운동 백주년 기념행사 자체가 일국적으로만 기념하는 국내 행사에 그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프랑스혁명의 정신인 자유·평등·박애 정신은 전세계적으로 알려졌지만 3·1운동의 정신인 정의·인도·동포애는 그만큼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나 역사적 경험을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와 관련해서는 한국 영화 역시 올해 백주년을 맞이했고 영화 관련 단체들이 기념행사를 자체적으로 준비 중이다. 영화의 탄생일은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로 대중에 공개한 1895년 12월28일이라고 각종 영화 역사서들은 기록해놓았다. 그 후 영화는 짧은 시간에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각국의 영화 역사서들은 그 나라에서 영화가 최초로 소개, 상영된 시기를 적어놓는 한편, 그 나라 사람이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시점을 그 나라 영화 역사의 시점으로 삼는다. 대체로 한국 영화 학계에서는 1919년 10월27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김도산의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최초의 한국 영화로 본다.

영화 관련 단체들이 백주년 기념행사를 어떻게 치를까에 관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2005년에 우연히 중국 영화 백주년 기념 학술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중국 영화는 1905년에 삼국지의 일화를 영화화한 <정군산>이라는 작품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 백주년을 기념했다. 그래서 ‘민족, 초국적, 그리고 국제: 세계화 시대의 중국 영화와 아시아 영화―중국 영화 백주년’이라는 제목으로 베이징대학교와 상하이대학교, 그리고 미국에 있는 아시아영화학회가 공동으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그해 6월6~7일은 베이징에서, 9~10일은 상하이에서 열렸다. 서양의 유명 영화학자들로 당시 아시아영화학회의 학회장이었던 존 렌트를 위시하여, 미리암 한센, 로버트 앨런, 로라 멀비, 데이비드 제임스 등이 기조강연자로 초청됐고, 중국을 대표해서 중국 영화학계의 원로인 펑지샹 교수도 기조강연을 했다. 그 외에 중국 안팎의 중국 영화 연구자들이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당시 백주년 기념행사는 단순히 백주년만을 기념한 것이라기보다는 중국 영화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과시하는 성격도 있었다. 톈좡좡, 장이머우, 천카이거 같은 영화감독들이 각종 세계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한 지 이십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또한 대만의 허우샤오셴, 차이밍량, 홍콩의 왕자웨이 등 다른 중화권 감독들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중국 영화 및 중화권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

1990년대 말 이후 한국 영화도 세계영화제에서 수상하고 국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으니, 한국 영화 백주년을 맞는 2019년이라는 시점도 중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영화는 한국 영화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웃음과 즐거움, 위로를 선사해왔다. 세계화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관객, 영화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한국 영화와 영화인들을 존경하고 추앙하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이쯤 되면 한국 영화의 높아진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행사가 마련되어도 괜찮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높아진 한국 영화의 위상에 걸맞은 행사, 한국 영화인, 관객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를 즐기는 외국 관객과 영화인이 함께 축하할 수 있는 한국의 특색을 지닌 행사가 마련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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