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교 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 교육부에서는 ‘강사법’ 시행령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여 입법 예고된 그대로 시행될 것을 전제로 ‘대학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 시행되는 강사 관련 법령들이 강사 쪽의 요구를 중심으로 반영됨으로써 대학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시간강사는 원래 젊은 학문후속세대들이 전임교원으로 임용되기 전 교육 경력을 쌓기 위한 수련 과정의 성격을 지녔고 판례에서도 강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강사를 고용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계속 신설되던 대학들이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체되면서 신설 대학에 일자리를 잡지 못한 강사들이 수련생 수준의 낮은 처우를 받으며 안착한 직업군으로 변모했다. 이에 국회 차원에서 강사법령 개정을 통해 대학에 모든 강사의 신분 안정화와 처우 개선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강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분 보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우려한다. 대학은 교육과정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학문 트렌드를 반영한 신진 인력이나 신규 과목, 융합 교과목으로 대체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고등교육 목표에 따라 보통 4년을 주기로 먼저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개편한 뒤에 해당 교과목 강의가 가능한 교수 및 강사를 배정한다. 이 개편 과정에서 강사들이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가도 과정이 폐지되면 강의가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강사법에서는 강사를 신분이 안정화된 인력으로 최대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여야 하고, 이후에도 재임용 등의 절차를 진행하여 고용의 안정을 고려했다.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자칫 잘못하면 대학 교육과정이 학생 수요자 중심보다는 공급자 중심으로 편성될 여지가 높아진다. 왜냐하면 고용의 유연성이 없는 만큼 교육과정을 짤 때 (이미 고용관계에 있어서) 강의를 맡길 수 있는 교수·강사의 강좌 중심으로 구성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대학이 모든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학습자를 위한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자 한다면 신규 교수·강사를 충원해서 배정해야 할 것이고 과거 교육과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어서 방만한 운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또 강사의 1년 미만 임용 사유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강사법의 내부 모순이 강사들의 강의 배정을 꺼리도록 하고 있다. 대학은 특성상 강사의 임용 기간을 1년 미만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있다. 교수의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연구년 기간을 대체할 교수자가 필요한데 과거에는 대부분 강사에게 돌아가는 자리였다. 특히 6년마다 1년의 연구년이 부여되는 전임교원의 강의는 대학 전체 강좌의 15%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강사가 대학 전체 강좌의 23%를 맡아왔기 때문에 강사가 담당하던 강좌의 65%나 된다. 그런데 이제는 강사에게 맡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강사를 고용해 맡길 경우 다시 대학에 복귀하는 시점에는 정작 본인이 맡을 강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학에서 강사를 임용하려고 하더라도 학기 중에 발생하는 교수의 6개월 미만 병가·출산휴가·휴직·파견·징계를 대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채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 공개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겸임·초빙교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학이 의도적으로 강사 고용을 축소하고 있어 ‘대량 해고’라고 하지만, 법률의 지나친 제한 때문에 기존에 강사가 담당하던 이런 형태의 강좌가 전임교원이 맡게 되거나 1년 단기 임용이 가능한 겸임·초빙교원 등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적절한 경과 조처 없이 8월1일부터 일시에 시행됨에 따라 3년의 재임용이 보장되는 강사를 채용하게 되면 3년이 지나는 학기에만 각 대학에서 대대적으로 채용 각축전이 일어나고 나머지 학기에는 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 한정된 시점에 채용되지 못한 강사나 불행한 시기에 학위를 취득한 학문후속세대들은 강의 기회마저 갖지 못하게 된다. 교통이 불편한 대학은 복수로 합격한 강사들의 순차적인 이동으로 학기 시작 직전까지도 강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하게 된다. 그 외에도 강사들이 점진적으로 전임교원으로서의 지위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소청심사 청구권과 재임용 절차 보장을 함으로써 대학이 분쟁의 장소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점,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돼왔고 그만큼 대학 재정은 피폐한 상황이라는 점도 강사의 임용을 꺼리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하루속히 대학에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하고, 대학 등록금을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은 10년 전만 해도 대학생 1명당 교육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70%에 육박하다가 최근에는 60% 수준을 밑도는 저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고등교육이 저비용으로 운영되는 만큼 고등교육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부가 대학의 현실과 구성원의 입장,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고려해 앞으로의 고등교육 정책 방향을 신중하게 고민할 때다.
[이슈논쟁] - 강사 구조조정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8월 시행을 앞두고 대학 쪽과 강사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강사법은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도입될 예정인데, 정작 강사들은 “비용 절감을 노리는 대학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5일에는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강사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며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반면에 대학 쪽은 “고용 유연성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강사법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진균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변인과 이재은 전국대학교 교무행정관리자협의회 회장의 글을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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