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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재벌 총수’ 바통 터치

등록 2019-04-15 17:49수정 2019-04-15 19:33

‘재벌 총수’에서 풍기는 장중한 기운의 원천은 돈이겠지만, 호칭 속의 ‘총’자도 한몫 거드는 듯하다. 검찰총장 대신 검찰청장이라 한다면 어째 좀 힘이 빠져 보이지 않을까? ‘버닝썬 사건’ 와중에 ‘경찰총장’이란 듣도 보도 못한 직함이 튀어나와 실소를 자아냈지만, 경찰에선 탐낼 법한 호칭이다. 대학 총장, 각군 참모총장, 한국은행 총재에서 ‘총’자를 떼면 권위가 덩달아 떨어질 것만 같다.

‘총’자를 포함한 여러 호칭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재벌 총수는 법적 개념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에선 총수를 ‘동일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업집단(재벌)의 지배자란 뜻을 담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그룹의 동일인은 각각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이다. 동일인에는 법인도 있다. 기업집단의 하나인 농협의 동일인은 농협중앙회, 케이티(KT)의 동일인은 ㈜케이티다. 법상 재벌 반열인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0개 그룹에서 법인 동일인은 8개, 자연인 동일인은 52명이다. 정부에서 공식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재벌 총수다. 여기에는 네이버, 넥슨, 넷마블의 각 창업자인 이해진, 김정주, 방준혁씨도 포함돼 있다.

동일인 개념은 경제력 집중 억제 장치를 담아 1987년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처음 도입됐다. 동일인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범위가 정해지고, 일감 몰아주기나 상호출자 같은 행위의 규제 반경이 그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마다 5월에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을 새로 지정할 때 동일인을 아울러 정한다. 동일인 지정 때는 지분율이라는 정량적 조건뿐 아니라 지배적 영향력이라는 정성적 조건을 아울러 따진다.

재계 14위 한진그룹의 동일인 조양호 회장이 지난 8일 별세함에 따라 동일인을 바꿔야 할 변수가 생겼다. 상속세 납부와 형제자매 간 지분 정리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동일인으로 승계 지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1년 사이에 세상을 뜬 엘지(LG)의 동일인(구본무), 두산의 동일인(박용곤)은 각각 구광모, 박정원 회장으로 변경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재벌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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