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령 운전자에 의한 대형 교통사고가 잇따라 보도되어 큰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운전자의 노령화에 따른 기본적인 인지능력 저하로 순간 대응력이 미흡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피해와 사회적 비용은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높은 고령인구 비율과 고령 운전자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5살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치사율은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가운데 가장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5살 이상 노인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1위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미 도로교통법이 개정되어 올해부터 75살 이상 고령자는 면허갱신(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 인지능력 자가진단 교통안전교육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등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능력 검증이 한층 강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예방에는 제도적·법적 장치 외에도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과 경각심이 중요하다. ‘100세 청춘’은 마음이 늙지 않는다는 뜻이지 신체의 노화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노화로 인해 시력과 청력이 저하되면 운전정보 인지력이 확연히 떨어진다. 근력 및 유연성이 감소되어 운동반응 속도가 떨어지고, 지각능력이 저하되면 돌발상황에 대한 판단과 대처가 청장년층에 견줘 눈에 띄게 떨어진다.
따라서 고령 운전자는 주기적으로 본인의 신체와 인지 기능에 대해 객관적인 검사를 받고 안전한 운전법을 익혀야 한다. 이런 정밀검사에서 운전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최종 판명되면 본인과 가족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년 새 전년 대비 224%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7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부산시가 75살 이상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시 10만원 상당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인센티브제를 시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그 뒤 서울시와 경기도가 동참했고, 아직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들 사이에서 면허증 반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다양한 지원책 마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정부는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자들이 좀 더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해 6월부터 도로교통공단이 개발해 전국적으로 배포하고 있는 ‘실버마크’는 고령 운전자와 비고령 운전자가 손을 맞잡고 양보와 배려를 통해 안전한 운전문화를 이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고령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 제로에 도전하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