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입양은 한 아동의 운명을 180도로 바꾸며 아동의 평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아동복지사업이다. 입양으로 우리나라 농촌 한 작은 마을에서 김씨로 태어난 아동이 서울의 강씨가 될 수도 있고, 덴마크의 앤더슨씨가 될 수도 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은 모든 아동은 무엇보다 먼저 출신 가정과 출신 국가에서 성장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고, 아동이 생부모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할 때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입양 선택이 적절한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정부당국이 해야 하며, 입양 절차에서 부적절한 재정적 이익을 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2016년 7월 말 대구에서는 3살 난 여아가 예비 입양가정에 보내진 지 7개월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사망했다. 같은 해 10월 초 경기도 포천에서는 입양한 6살 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암매장한 사건이 있었다. 이 두 사건이 보도된 직후 아동·인권단체, 법률가, 연구자들이 모여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아동이 사망하게 된 원인과 대안을 찾고자 했다. 입양을 담당한 입양기관, 아동학대 혐의를 조사한 경찰서, 치료를 담당한 의료기관 등에 대한 방문 조사가 이루어졌다. 아동의 생모 이야기도 들었다.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입양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과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입양아동 학대·사망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행 입양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입양제도를 국제 수준의 아동 인권과 사법 기준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개선해 공공이 책임을 갖고 주도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스웨덴 등과 같이 타국 아동을 자국으로 입양하는 국가와 필리핀, 베트남 등과 같이 자국 아동을 타국으로 입양 보내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공적 기관이 입양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입양이 아동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상당한 수준의 책임이 필요한 일이기에 반드시 공공이 주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50년 초 처음 국외입양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65년 이상을 입양아동과 예비 입양부모의 적격성에 대한 판단부터 국내외 결연 업무, 심지어는 아동보호까지 모두 민간기관이 맡고 있다. 공적 개입은 2011년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입양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법원의 허가 과정을 추가한 것이 유일하다. 입양업무를 공공기관이 관장하고 입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해야 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우선 민간기관은 입양 건수에 따라 입양수수료를 지급받는 구조로, 초기 생부모의 상담을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보다는 가능하면 많은 아동을 입양 보내는 방향으로 진행하기가 쉽다. 또한 입양기관마다 입양 대상 아동과 예비 입양부모를 따로 접수하다 보니 기관 간 통합관리가 어렵다. 2008년에 이루어진 4개 국외입양기관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08년 6월30일 현재 입양 대기 아동 1410명보다 국내입양 대기 부모 수가 1969명으로 559명이 더 많았는데도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결연하지 못했다.(입양기관 특별감사, 2008년 11월20일) 마지막으로 입양은 평생에 걸친 여정이기에 국외입양의 경우 허가뿐 아니라 이후 적응과 시민권 획득까지 책임감 있는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양 실천의 비전문성과 책임성 결여로 현재까지 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입양인이 약 2만명으로 추산되고, 범죄에 연루되어 추방된 입양인도 여러명이다. 남 의원이 발의한 입양 관련 법안은 우리나라에서 더는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입양실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데 의지를 둔 법안이다. 생부모의 초기 상담은 반드시 기관의 이익이 배제된 공공에서 제공해야 하고,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생부모가 민간 입양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체계 내에서 상담과 지원을 받아 아동 양육을 지속하게 도우며, 모든 노력에도 양육이 어려울 때는 최후의 방안으로 입양을 고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양 사업의 대상은 입양인과 입양부모, 그리고 생부모까지 포함한다. 입양 실무자는 이들 입양 삼자가 서로 상충할 수도 있는 욕구와 이해를 각각 존중하고 시장경제의 원칙을 배제하려고 노력하면서 입양 삼자 모두에게 필요한 평생의 사후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히 더 복잡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따라서 입양실무를 하는 사람은 확고한 아동복지와 입양 실천의 철학과 윤리, 가치를 바탕으로 한 전문성을 구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미혼모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가능하다면 자신의 아동을 양육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빈곤한 미혼모에 대한 지원은 가정위탁과 공동생활가정, 양육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에게 제공하는 지원에 크게 못 미치고, 심지어는 아동을 입양하기 위해 경제적인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입양부모에게 제공하는 지원보다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로 태어난 아동 한명 한명을 잘 성장하게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가가 통합적 아동보호체계 안에서 입양 실무를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고, 국내입양뿐 아니라 일시 보호를 통한 원가정 복귀 등 우리 아동을 우리나라에서 건전하게 양육할 방법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슈논쟁] 입양제도, 이대로 좋은가
5월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혈연 중심 가족문화를 극복하고 국내입양을 장려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날이다. 하루 전날인 5월10일은 ‘한부모 가족의 날’로, 입양에 앞서 생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입양 장려와 한부모 지원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지만, 무게를 어느 쪽에 더 둘지에 따라 정책적 견해차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 의원 쪽은 입양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강화해 각종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비해, 한편에선 이번 법안이 입양 기회를 줄이고 시설양육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와 정은주 건강한 입양가족모임 대표의 글을 나란히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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