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칼럼니스트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이 개봉했다. <기생충>은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불평등 문제를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응축해서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여기에 루이스 부뉴엘의 초현실주의적인 판타지와 전복, 앨프리드 히치콕의 범죄 영화의 특성을 가미해서 봉준호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계급 불평등이라는 주제를 등장인물이 차지하는 공간의 차이로 보여주는 작품은 <기생충>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로는 텔레비전 드라마 <스카이 캐슬>과 <풍문으로 들었소>, 영화로는 임상수의 <하녀>(2010년)와 <돈의 맛>(2012년)이 있다. 이런 작품들의 주제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년)가 확립한 한국 영화의 독특한 전통을 따르고 있다. 그래서 김기영의 <하녀>, 임상수의 <하녀>, 그리고 봉준호의 <기생충>에 나타나는 저택과 계단을 보면 시기별 계급격차를 알 수 있다. 김기영의 <하녀>에선 남편이 피아니스트이고 아내도 일을 한다. 이들 부부와 딸, 아들로 구성된 가족이 나온다. 이 가족은 돈을 벌어서 이층집을 짓는데 집안일을 감당하기 어려워 새로 하녀를 들인다. 그런데 남편이 하녀와 통정하여 하녀가 임신과 낙태를 하게 되고, 하녀의 계략으로 아들이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 사건으로 인해 남편이 감옥에 가게 되면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울까 봐 주인 부부는 경찰에 신고도 못 하게 되고, 이때부터 부부와 하녀의 권력관계가 역전된다. 부부와 하녀 사이의 권력투쟁과 아들의 사망이라는 사건은 가족이 사는 1층과 하녀가 머무는 2층 사이의 계단에서 주로 벌어진다. 이는 1950년대 말의 한국 사회에 새로 등장한 중산층과 하층계급 사이의 격차가 아직 크지 않고 중산층이 취약했음을 보여준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는 주인공 남성이 글로벌 재벌기업의 사장으로 나온다. 이 집에 하녀로 들어간 여주인공은 자기 명의 집을 한채 가지고 있으면서 식당에서 일하는 인물로 나온다. 즉, 1960년 작의 중산층과 하녀 간 격차가 이 영화에선 재벌가와 자기 명의로 된 집은 있지만 식당 일을 하는 중하층 계급으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그래서 임상수의 <하녀>에 나오는 하녀는 무기력해서 반격을 시도할 수조차 없다. 재벌은 궁전을 방불케 하는 대저택에 살고 하녀는 동경의 시선으로 원형 계단을 오르내리는 주인집 가족을 바라볼 뿐이다. 하녀는 원형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아이를 잃게 되고 항의의 표시로 집안의 샹들리에에 목을 매달고 분신자살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집안의 높이 차이를 더 확대해서 아예 사는 공간을 고지대와 저지대로 나눠버린다. 정보통신(IT) 기업체를 운영하는 남성을 가장으로 둔 부잣집 가족은 언덕 위 대저택에 살고 그에 대비되는 가난한 주인공의 가족은 저지대의 허름한 반지하에 산다. 고지대와 저지대의 반지하는 이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의 차이로도 나타난다. 고지대와 저지대의 차이는 영화의 절정부에 나오는 폭우로 인해 벌어진 상황과 태도의 차이로도 보여진다. 부자들에게는 미세먼지를 쓸어간 맑은 날이지만 저지대의 가난한 이들에게는 집이 없어질지도 모르는 재난이며 위기다. 부자들은 맑게 갠 날, 가족 구성원의 생일잔치를 준비하지만, 가난한 가족은 수재민 대피소에서 하루를 보낸 뒤에 이들의 생일잔치를 준비하는 일을 한다. 이런 물리적, 후각적 차이와 연결된 생활방식, 생존방식의 차이는 영화 말미에서 폭력적으로 폭발한다. 이는 점점 더 벌어지는 계급격차로 인해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되며, 그로 인한 갈등의 씨앗이 시한폭탄처럼 우리 사회 안에 내재돼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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