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차이나 엠비에이(China MBA) 객원교수 대국 건설의 콘크리트 값은 결코 싸지 않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등극 이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는 “위대한 미국”의 몰락을 전제로 한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이후 미국과 보복관세 전쟁을 시작으로 한판 붙었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의 전쟁으로 대국 건설의 수업료를 톡톡히 내고 있다. 그런데 원수지간이더라도 삶의 영역이 크게 겹치면 어쩔 수 없이 협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금 중국의 ‘제조업의 덫’에 걸렸고 중국은 미국의 ‘달러의 덫’에 걸렸다. 미국을 100이라고 하면 중국 제조업은 미국의 160%이고 무역은 104%다. 미국이 이런 중국과 제조업이나 무역에서 싸움을 걸어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기축통화국 미국의 달러 패권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와 같은 수준이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은 전세계로 수출을 하지만 수출대금은 달러로 받는다. 중국이 3조9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졌다고 거들먹거렸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QE 1~3)를 통해 3조9천억달러를 찍어 돌렸다. 중국은 보유한 달러 가치의 절반이 공중에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중국은 달러의 덫에 깊이 빠졌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으로 시비를 걸고 화웨이 사건을 계기 삼아 기술전쟁으로 중국의 목을 죄었다. 하지만 중국은 항복은커녕 사사건건 대든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수출 금지 조처를 내렸지만,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의 중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현지 공장을 제재한다는 극단적인 가정을 하면 애플의 매출이 반토막 날 수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전량 중국 오이엠 회사를 통해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친제조업의 덫에 걸렸다. 무역전쟁·기술전쟁에서는 미-중이 서로 얽힌 관계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군사 100명을 죽이려면 미국 군사 70~80명도 죽어야 끝날 게임으로 보고 미국에 대들고 항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쟁은 단기에 끝날 수 없다. 경제력·군사력·기술력·금융력 등 모든 면에서 2등인 중국이 미국을 이기는 것은 현 단계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미-중 전쟁은 단순히 미국의 힘이나 미-중 양국이 받는 고통의 양으로 평가하면 안 되고, 고통의 인내지수로 봐야 한다. 일당독재 사회주의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겪는 고통은 미국보다 크지만 고통의 인내지수는 미국보다 월등히 강하다. 북한이 좋은 예다. 세계 1위인 100년 패권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힘으로 중국의 부상을 누르려고 하지만, 중국과 싸움 걸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려운 것이 지금 상황이다. 앞으로 미-중 전쟁은 어떻게 될까? 짧아도 3년, 길면 10~18년 갈 긴 싸움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무역전쟁으로 시비를 걸고, 기술전쟁으로 목을 죄고, 금융전쟁으로 돈을 털어가는 것이 전략이다. 앞이 안 보이면 역사책을 펼쳐보라고 했다. 미국은 넘버투를 죽이는 데 이골이 난 나라다. 1970년대 소련을 18년에 걸쳐 우주전쟁과 감세전쟁으로 좌초시켰다. 1983년부터 미국은 당시 세계 경제 2위이자 최대 외환보유국인 일본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1985년 플라자 합의와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결국 환율전쟁과 기술전쟁으로 일본을 10년에 걸쳐 좌초시켰고 이후 20년간 헤매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1985년의 일본에 비해 경제규모가 10배나 크다. 그간 미-중이 10차례나 회담을 했지만 결판을 내지 못하고 11번째 회담에서 중국이 판을 깨고 나오는데도 중국을 한방에 제지할 미국의 결정적 ‘신의 한수’가 보이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이 무역전쟁을 한 1985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줄어든 적이 없다. 1인당 국민소득 6만2천달러대의 미국이 전통산업에 보복관세를 때린다고 20~30년 전 집 나간 전통 제조업이 돌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미 월마트에서 파는 물건의 46%가 중국산이고 19%가 미국산이다.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미국에 대놓고 맞짱 뜨는 배경은 바로 이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 한국에 올 것처럼 보이던 시진핑은 돌연 북한을 방문했다. 갑자기 터진 홍콩 시위 사태가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미국이 인권 문제를 들고나오자 홍콩 사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이유가 크다. 그리고 북-중-러의 북방 삼각연대의 복원을 통한 대미 대항카드 마련,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카드를 중국이 또 하나의 협상카드로 쓰려는 전략이다. 이번 북한 방문으로 중국은 외교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에게 북한의 추가적인 핵 폐기 카드를 전달하는 한반도의 중재자와 북한의 후견인으로 입지를 확보했다. 강하면 단독공격, 약하면 합종연횡이다. 한·미·일의 남방카드는 균열을 보이는데 북·중·러는 연대를 복원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을, 시진핑도 트럼프를 친구로 명명했다. 미-중-북의 신 삼국지연의가 만들어지는데 한국은 북한과 미국 간 중재자도, 미-중-북의 친구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다. 실리에 기반한 외교보다는 정치와 명분에 좀더 휘둘린 결과로 보인다. 미-중이 싸우는 와중에 어떻게 어부지리를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이슈논쟁] 미-중 패권경쟁
오는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예고돼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개된 양국 간 무역분쟁과 관련해 진전된 협상이 오갈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거대 강국 간 충돌의 본질은 패권경쟁에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향후 전개되는 상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세기 지구촌 강국 미국은 다시 한번 ‘패권’을 둘러싼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이번 상대는 오랜 침체를 딛고 ‘굴기’하고 있는 중국이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 엠비에이 객원교수가 각기 미국과 중국의 이번 격돌이 갖는 의미를 분석,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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