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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삼성 갤럭시가 북한에 상표등록 될까 / 김광길

등록 2019-10-09 17:33수정 2019-10-10 09:26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북한에서 남한의 상표를 보호받을 수 있을까? 상표권은 등록을 해야 권리가 발생한다. 북한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상표권 등록을 신청한 뒤 등록해야 한다. 상표권 등록을 신청하는 절차를 출원이라 한다. 상표권 등록을 위해서는 직접 북한에 출원하거나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서 관장하는 마드리드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마드리드 시스템이란 북한도 가입하고 있는 ‘표장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 협정’ 및 ‘표장의 국제등록에 관한 마드리드 협정에 대한 의정서’에 따르는 방법이다. 남한의 출원인이 대한민국 특허청에 등록받고자 하는 국가를 기재하여 국제 출원을 한다. 이를 전달받은 세계지식재산권기구는 형식 심사를 하고 공고한 뒤 각 국가에 통지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법에 따른 심사를 거쳐 등록 여부를 결정한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마드리드 시스템을 통한 출원 시도가 그동안 수십건 있었으나 모두 등록이 거절됐다. 북한에서 출원인이 남한의 기업이기 때문에 거절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남한의 출원 상표가 북한의 인용 상표와 전혀 유사하지 않더라도 북한 상표와 유사한 것이라 하여 등록이 거절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이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에 함께 가입하고 있으나 여전히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돼왔으나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 누리집에 올라온 최근 자료를 보면 롯데와 매일유업이 마드리드 시스템을 이용하여 북한에 상표 출원을 했으나 거절됐다. 그 이유로 남한의 기업은 북남경제협력법의 적용 대상이므로 마드리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시했다. 북한은 남한 기업의 투자 등에 대해서는 다른 외국인과 다른 법을 적용한다. 외국인투자법이나 외국인기업법 등 외국인 투자 관련 법령을 적용하지 않고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을 적용한다. 마찬가지로 남한 기업의 상표 등록은 외국인이 아니므로 마드리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남한의 상표가 북한에 등록되어 보호받으려면 북한에 직접 출원해서 등록해야 한다. 남북 사이에는 상표권 등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서류의 송달이나 수수료 납부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1991년에 체결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이미 명시된 바와 같이 “상표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한 남북 간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과 대만은 이미 2010년에 ‘양안 지식재산권보호합작협의’를 체결하여 상표권을 상호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남북 지식재산권 교류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0개 대북제재결의 가운데 남북 상표권 교류를 직접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다.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 등 미국 법령도 북한과의 지식재산권 교류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미국 재무부의 대북제재규칙에서는 북한과의 지식재산권 교류를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미국 또는 북한 내 특허·상표·저작권 또는 기타 형태의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모든 거래는 허용된다. 이러한 거래에는 지식재산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북한인에 대한 금전 지급이 포함된다. 북한 내 지식재산권과 관련하여 북한 정부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과 북한 내 변호사에게 합리적이며 통상적인 보수 등을 지급하는 것은 허용된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상표권 보호를 위한 사업은 향후 본격화할 남북 간 사회·경제·문화 교류에 앞서 추진돼야 할 제도적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대북제재가 있는 현재 상황에서도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 상표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활용은 왕성한 경제활동을 위한 기본 인프라다. 여전히 많은 현실적 제약과 어려움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당장 북한과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나 자유로운 왕래가 차단돼 있으며 북한에 수수료를 송금하는 일도 현실적인 문제다. 남한과 북한 당국이 첫걸음으로 남북 간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합의서를 체결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서 삼성과 현대 상표가 등록돼 평양의 거리에 광고되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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