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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잠바티스타 비코

등록 2019-11-07 18:09수정 2019-11-08 02:05

조한욱ㅣ한국교원대 명예교수

1668년에 태어나 1744년에 사망할 때까지 잠바티스타 비코는 유럽의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나폴리를 떠나본 적이 별로 없다. 나폴리대학교의 수사학 교수였던 그는 그곳에서조차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수입도 변변치 않은데다가 많은 식솔을 거느려야 해 빈한한 삶을 살았다. 그는 자신의 곤궁한 삶이 학문에 더욱 정진하라는 신의 섭리가 작용한 것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학문>의 집필에 몰두했다. 나폴리 뒷골목의 한 구석방에서 인류의 역사는 물론 인간 신체의 내면에서부터 천상의 세계까지 아우르는 업적이 탄생한 것이다.

그의 최대의 업적이라고 일컫는 <새로운 학문>은 대단히 독창적이면서 수많은 학문 분야에 창조적인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작은 읽기가 난해하여 이탈리아 사람들조차 프랑스어와 영어 번역을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번역서를 통해 비코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더 널리 확산되었고, 또한 여러 차례의 국제 학술대회가 확실한 결실을 맺으면서 이제 최소한 구미 각국에서는 비코가 유럽 사상사의 맥락 속에 확고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는 평가가 보편화되기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다른 이유로 비코를 높이 평가한다. 제임스 조이스는 불행한 개인의 삶이 결국은 인류의 행복으로 귀결된 것이라는 비코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에 자기 자신을 투영했다. 그 결과가 <피네간의 경야>라는 고도로 실험적인 소설이다. 헤이든 화이트는 인류 역사의 신비를 풀 열쇠로 언어에 주목했던 비코에게서 영감을 얻어 역사학에서의 “언어적 전환”을 이끌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곤궁한 삶에서도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며 비판의 자세를 유지한 그에게서 지식인의 귀감을 발견했다.

비코를 이해한다면 다른 철학자들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방편을 얻게 된다는 석학 아르날도 모밀리아노의 평가는 아직도 확실히 유효하다. <새로운 학문>의 한국어 번역본 출간이 임박했다. 비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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