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은 강원도 영월 하고도 두메산골이다. 어릴 적엔 어둠을 겨우 밝히던 호롱불 아래서 살았다. 호롱불은 촛불보다 어두워 침침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전기가 들어왔다. 사진 속 다리도 그즈음 놓였고, 그전까지는 사공의 노 젓는 배로 강을 건넜다. 강물은 동강에서 흘러온 남한강 물줄기다. 설을 앞두고 그 강가를 찾았다. 강을 건네주던 사공은 없어지고 시멘트 다리로 언제든 건널 수 있게 되었지만 어릴 적 가슴 아픈 기억은 아직도 강을 건너지 못하고 산골짝 쓰러져가는 시골집터에 남아서 유령처럼 맴돌고 있었다. 어서 넘어오렴, 나의 어린 기억들….
영월/김봉규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