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l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로마와 관련된 역사서를 읽으면 때로는 긴 이름에 당혹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름을 짓는 방식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 학자들 사이에서 일치된 견해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 할지라도 거의 1400년에 걸쳐 지속된 그들 이름에 관한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한다면 거기서도 흥미로운 역사의 편린을 음미할 수 있다.
아주 먼 옛날 유럽의 문명권에서 사람들의 이름은 하나였다. 보통 그 하나의 이름은 두 개의 어근에서 파생된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야지만 무수히 많은 개인들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은 ‘전체’를 뜻하는 ‘소스’와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가 변형되고 결합되어 만들어진 명칭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마인들은 개인의 이름과 가족 또는 씨족의 이름을 병기하는 작명법을 만들어냈다. ‘성’과 ‘이름’을 구분하는 동양권에서는 흔한 일이었지만 서양에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노멘’은 ‘씨족’ 또는 ‘대가족’의 이름이었다. 어떤 사람의 출신을 말해주는 이름이다. 그 앞에 온다고 하여 ‘프라이노멘’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이 그 가족 내에서 개인을 구분해주는 요소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먼저 나오는 ‘프라이노멘’이 ‘이름’이고 ‘노멘’이 ‘성’인 셈이다. 오늘날 서양 사람들의 명칭이 동양과 달리 ‘이름’이 먼저 나오고 ‘성’이 그 뒤에 오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이름에 함께 따라붙는다는 의미의 ‘코그노멘’을 더해 이른바 ‘삼명법’을 완성했다. 주로 귀족들이 사용했던 이 세번째 이름은 어떤 사람의 특징, 습관, 출신지 등등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니 일종의 별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율리우스 가문의 가이우스라는 사람이 훗날 ‘카이사르’라는 ‘코그노멘’을 얻게 되었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