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조한욱의 서양사람] 로마인들의 작명법(1)

등록 2020-01-30 18:42수정 2020-01-31 02:38

조한욱 l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로마와 관련된 역사서를 읽으면 때로는 긴 이름에 당혹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름을 짓는 방식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 학자들 사이에서 일치된 견해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 할지라도 거의 1400년에 걸쳐 지속된 그들 이름에 관한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한다면 거기서도 흥미로운 역사의 편린을 음미할 수 있다.

아주 먼 옛날 유럽의 문명권에서 사람들의 이름은 하나였다. 보통 그 하나의 이름은 두 개의 어근에서 파생된 단어가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그렇게 해야지만 무수히 많은 개인들을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은 ‘전체’를 뜻하는 ‘소스’와 ‘권력’을 뜻하는 ‘크라토스’가 변형되고 결합되어 만들어진 명칭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마인들은 개인의 이름과 가족 또는 씨족의 이름을 병기하는 작명법을 만들어냈다. ‘성’과 ‘이름’을 구분하는 동양권에서는 흔한 일이었지만 서양에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노멘’은 ‘씨족’ 또는 ‘대가족’의 이름이었다. 어떤 사람의 출신을 말해주는 이름이다. 그 앞에 온다고 하여 ‘프라이노멘’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이것이 그 가족 내에서 개인을 구분해주는 요소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먼저 나오는 ‘프라이노멘’이 ‘이름’이고 ‘노멘’이 ‘성’인 셈이다. 오늘날 서양 사람들의 명칭이 동양과 달리 ‘이름’이 먼저 나오고 ‘성’이 그 뒤에 오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로마인들은 이름에 함께 따라붙는다는 의미의 ‘코그노멘’을 더해 이른바 ‘삼명법’을 완성했다. 주로 귀족들이 사용했던 이 세번째 이름은 어떤 사람의 특징, 습관, 출신지 등등을 알려주는 단서가 되니 일종의 별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율리우스 가문의 가이우스라는 사람이 훗날 ‘카이사르’라는 ‘코그노멘’을 얻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