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 이상설’ 오보 소동이 가라앉았다. 이 보도의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대북 소식통, 북한 내부 소식통을 취재원으로 한 전언, 추측이 전부였다.
온라인 매체 <데일리엔케이(NK)>는 지난달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고 건강 이상설을 처음 꺼냈다. 탈북민 출신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자도 북한 내부 소식통한테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이란 탈북민 네트워크, 북한 주민, 북한-중국 국경 근처와 중국에서 일하는 외화벌이 일꾼 등을 말한다. 인용 보도할 때 익명으로 할 수밖에 없다. 중국 휴대전화가 북-중 국경 근처에선 통화가 되는 점을 활용해, 일부 언론 매체는 서울에서, 중국 전화기를 가진 국경 근처 북한 주민에게 전화해 취재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이야기는 빠르고 생생하나, 사실 확인이 안 되는 전언이 많다. 김 위원장의 건강 같은 비밀정보에 접근 가능한 고위급 실력자가 아니란 한계도 있다.
대북 소식통에는 북한 내부 소식통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자, 재중동포, 외교관, 남북경협 사업자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같은 정부 당국자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번에 정부 당국자들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특이 동향이 없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건강 이상설이 계속 퍼졌다. 일부 언론과 보수 성향 유튜브,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정부 설명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카더라' 보도를 더 믿었다. ‘에코 체임버 효과’다. 에코 체임버(반향실)에서 에코(메아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만 크게 울리는 것처럼, 특정 소식만 떠돌아다니는 에스엔에스 등에 갇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때도 북한에 대한 오보가 끊이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보는 최고지도자 건강 이상설, 권력 암투, 주요 인사 처형·숙청설 등이다. 오보의 바탕엔 북한 체제가 빨리 망하기를 바라는 ‘희망 사고’가 깔려 있다. 20일간 국내외에서 난무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이 아니라 ‘보고 싶은 북한’만 보려고 하는 ‘오래된 오보’였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