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에어컨은 냉방기가 아니었다 / 김태권

등록 2020-07-16 18:09수정 2020-07-16 19:09

에어컨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1876~1950)
에어컨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 (1876~1950)

무더운 여름에 자주 듣는 너스레다. “더위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 캐리어의 인류애에 감사를!” 반은 맞는 말이다. 윌리스 캐리어가 에어컨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반은 애매하다. 사람들 시원하라고 캐리어가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컨 탄생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는 더위보다 습기를 잡기 위한 일이었다는 사실이다. 습기를 조절해야 품질을 유지하는 제조업이 많다. 출판인쇄도 그렇다. 바다가 코앞이라 종이가 눅눅해 골머리를 앓던 뉴욕의 어느 인쇄소는 대장간과 증기기관에 열을 공급하는 장비를 만들던 회사에 해결을 의뢰했고, 회사는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캐리어에게 일을 맡겼다. 솜씨 좋은 캐리어는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기계를 구상해 슥슥 종이에 그려냈다. 1902년 7월17일의 일이다.

캐리어가 발명한 기계는 습기와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를 환기하고 정화한다. 공기조화, 영어로 에어 컨디셔닝의 기술이다. 냉방기가 아니라 공조기 또는 에어컨이라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캐리어는 1906년에 특허를 땄다. 1차대전이 터지자 회사는 캐리어의 연구 부서를 없앴다. 대신 1915년에 그가 특허를 들고 나가 자기 회사를 차리게 양해해주었다.

캐리어는 1950년에 세상을 떠났다. 지구는 20세기 후반부터 더 더워졌다. 에어컨은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기를 많이 쓰고 환경에 나쁜 냉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이제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다. 더위 때문만이 아니다. 면섬유며 국수며 제약이며, 미국의 어느 에어컨 정비회사가 공기조화 기술이 없다면 지금처럼 돌아가지 않을 산업을 꼽아보았다. 목록 말미에 반도체가 있다. 에어컨은 현대문명을 뒷받침한다.

김태권 만화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