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이미 와 있다. 고루 퍼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뉴로맨서>의 작가 윌리엄 깁슨이 말했지만, 코로나19는 ‘교실의 미래’로 여겨지던 온라인 원격학습을 단숨에 일상으로 만들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초 “감염병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교육과정은 온라인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기술환경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교육적 선택으로 보인다.
에듀테크는 학생별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고, 최고 강의 콘텐츠를 모두에게 제공하는 효용성을 홍보하지만, 결과는 우려스럽다. 지난 6월 고3 대상 수능 모의평가에서는 국어·영어·수학 전 영역에서 양극화 현상이 확인됐다. 예년과 비교해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은 모두 늘었지만, 중위권 학생 비중은 줄어들었다. 온라인 수업이 교육에서 ‘마태 효과’를 낳은 셈이다. '마태 효과'란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신약성서> 마태복음서의 한 구절에서 유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의미한다. 격차를 해소할 도구와 역량을 길러줘야 할 공교육이 비대면 환경을 통해 오히려 격차 확대로 이어진 결과다. 미국에선 코로나19로 온라인수업과 홈스쿨링이 확산되자, 가정교사를 고용하는 부유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간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개방형 온라인 대형강의(무크) 등 에듀테크 산업과 기술 찬양론자 목소리에 가려 있지만, 온라인 교육의 양면성은 일찍부터 경고돼 왔다. 미국의 교육평론가 제프리 셀링고는 2014년 펴낸 <무크U: 온라인 교육의 중도 포기 이유>에서 무크의 실제 성과를 점검했다. 무크는 학습 동기가 강하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5%의 자발적 학습자들에게만 효과적일 뿐, 대다수 학생에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미 콜로라도대학의 국가교육정책센터(NEPC)는 2019년 보고서에서 “미심쩍은 가정에서 출발한 맞춤화 온라인학습 기술이 업계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환경은 학습자에게 더많은 재량권과 선택권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만나게 된 낯선 환경이지만,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될 추세다. 교육에서 더 많은 선택권과 뛰어난 콘텐츠가 학습으로 이끌지 못한다. 무한정보 환경에서는 오히려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 커지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능력(디지털 리터러시)이 절실해진다. 길 잃기 쉬운 미로에선 질주보다 멈춰 생각하는 게 필요해진다.
구본권 ㅣ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