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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는 역사다] 31살 노예의 봉기 / 김태권

등록 2020-08-20 18:05수정 2020-08-21 02:38

냇 터너 (1800~1831)
냇 터너 (1800~1831)

냇 터너와 동료 노예들이 버지니아주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1831년 8월21일의 일이다. 백인 오륙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백인들은 겁에 질려 닥치는 대로 흑인을 죽였다. 수백명이 살해되었다고 전한다. 터너는 두어달 뒤 숲속 은신처에서 붙잡혔다. 교수형을 당한 뒤 사지가 잘렸다고도 하고 백인들이 기념품 삼아 가죽을 벗겨 갔다고도 한다. 터너처럼 똑똑한 흑인이 또 나오면 큰일이라고 생각한 버지니아의 백인들은 흑인에게 읽고 쓰기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법률을 만들었다.

터너는 책을 남기지 않았다. 썼더라도 어차피 대부분의 동료 노예는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별로 없다. 자기 주인보다 똑똑했고 <성서> 구절을 줄줄 외웠다는 정도다.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한다. 가끔 터너의 얼굴이라며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진이 있는데, 실은 흑인 정치인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사진이다. 나는 사라졌다 발견된 터너의 두개골을 보며 생김새를 짐작해 빚어보았다.

그때 기록이 있기는 하다. “냇 터너의 고백”. 처형 직전에 감옥을 찾아온 백인 변호사 그레이에게 구술을 남겼다. 백인이 남긴 기록이 공정할까? 자기는 태어나기 전의 일도 아는 사람이며 자기 몸에 난 사마귀는 신에게 선택받은 예언자의 증거라고 터너는 말했다, 라고 백인은 적었다. 혁명가라기보다는 광신자의 모습이다. 이 문서를 바탕으로 백인 소설가 윌리엄 스타이런이 1967년에 소설을 썼다. 백인들은 극찬했고 흑인들은 싫어했다. 다른 관점으로 터너를 다룬 영화도 나왔는데 제작진의 옛날 잘못이 드러나며 영화가 묻힌 일도 있다. 내년은 유혈 봉기가 일어난 지 190주년, 미국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터너를 기억할까.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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