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축하서한을 보내 “스가 총리의 재임 기간 중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자”는 뜻을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 정부 시절 악화된 한-일 관계를 스가 총리 취임을 계기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할 뿐 아니라 지리적·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구인 일본 정부와 언제든지 마주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일본 측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강한 친밀감과 우호를 표하면서 대화를 통해 양국 간의 현안을 풀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아베 정부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다. 문 대통령이 축하서한을 통해 스가 총리에게 아베 전 총리 재임 기간 동안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제 일본이 응답할 차례다. 16일 발표된 스가 내각을 보면 아베 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재등용되어 ‘아베 2.0 내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변화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베 정부의 2인자였던 스가 총리는 ‘아베 정권 계승’을 강조하고 있고, 강제동원 피해 배상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며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를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변하는 아베의 주장에 동조해왔다. 스가 총리 자신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체결에 주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집착하던 역사 수정주의와 거리를 둔 실용주의자의 면모도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기도 했다. 스가 총리가 실용주의 리더십을 발휘해 자신의 취임일에 적극적인 관계 개선 메시지를 보내온 문 대통령의 제안에 적극 호응하길 바란다.
올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려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두 정상의 의지에 따라 중요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양국 모두 악화된 한-일 관계를 더이상 이대로 방치할 여유가 없다. 미-중 신냉전이 몰고 온 불안한 국제정세, 코로나19 대유행, 경제 위기 등에서 한·일이 협력한다면 두나라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한·일 양국이 외교의 공간을 만들고 기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