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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이란 핵과학자 암살은 한반도 문제이다!

등록 2020-11-30 16:21수정 2020-12-01 02:41

이란 핵 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이란 국민들이 28일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에 불을 붙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핵 과학자 모흐센 파흐리자데 암살 사건에 분노한 이란 국민들이 28일 테헤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사진에 불을 붙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이 북핵 문제에 적용할 이란 핵협정의 복원을 좌초시키려는 이란 핵 과학자 암살 사건은 한반도 문제이다. 이란 핵협정 복원은 우리의 영향력 밖의 문제이나,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쓸 외교력을 절약시킬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다

정의길 ㅣ 국제부 선임기자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라는 모흐센 파흐리자데의 암살은 한반도 문제이다.

이 사건은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의 외교를 저지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미국 분석통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바이든은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미국을 다시 가입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 팀은 또 이란 핵협정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바이든은 올해 초 <워싱턴포스트>와 회견에서 “내가 대통령으로서 북한이 포함된 새로운 시대의 군축협정 공약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며 “이란 핵협정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았고,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뉴욕타임스>의 기고들에서 “이란 핵협정을 조각내는 대신에, 트럼프는 그 기본적인 틀을 북한에 적용해야만 한다”, “우리가 이란과 했던 것처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한 뒤 되돌리는 협상된 합의만 남는다”고 말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에 이란 핵협정 복원은 북핵 협상으로 가는 수순이다. 바이든이 이란 핵협정에 복귀하려는 이유는 북핵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바이든이 외교안보팀 진영을 발표하면서 천명한 “미국이 돌아왔다”는 대외정책 기조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고립적 일방주의가 본질인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훼손된 동맹과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는 데 이란 핵협정 복원은 그 시금석이다.

이란 핵협정은 중국·러시아·독일·영국·프랑스·유럽연합도 참여한 국제협정이다. 트럼프의 일방적 파기에도 나머지 국가들은 여전히 협정 준수를 다짐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 복귀하지 못 한다면, 바이든이 천명한 ‘미국이 돌아왔다’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란 핵협정 복귀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트럼프가 이 협정을 파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안팎에서는 이 협정을 무산시키고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세력이 건재하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에게 쫓겨났지만, 트럼프와 유일하게 궁합이 맞았던 것이 이 협정의 파기와 대이란 강경책이었다. 워싱턴에서는 공화당 계열의 보수적 인사라면, 거의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반대한다. 그 배후에는 군산복합체의 이해가 깔려 있다.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동맹국들도 있다. 미국 정가가 ‘친 이스라엘’ 유대인 단체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7년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익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국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해, 큰 반향이 일었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기독교 복음주의 교단도 있다. 이들에게 이스라엘은 선이고, 이란은 악이다.

파흐리자데의 암살이 이스라엘 모사드에 의해 저질러졌고, 바이든 외교에 대한 사보타주임은 공공연한 사실인데도 바이든 진영과 미국 정가는 침묵한다. 거센 비토 세력들이 곳곳에서 출몰할 이란 핵협정 복귀에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력을 소진할 우려가 크다.

중동은 한반도에 석유값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동과 한반도가 연동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방북해, 북-미 수교 등을 클린턴의 방북으로 일괄타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북한을 가지 못 했다. 그해 7월 캠프데이비드 중동평화회담이 파국을 맞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약속한 오슬로평화협정이 무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퇴임 뒤 한국을 찾은 클린턴은 방북해서 북핵 문제를 풀어야 했는데, 중동 정세에 발목이 잡혔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도 이라크와 이란을 겨냥한 ‘악의 축’에 북한을 끼워 팔기로 넣어서, 북한과의 무한대결이 한때 지속됐다. 북한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사실은 이란 핵협정 등 중동문제에 외교력을 써야 했던 결과에 불과했다.

미-이란의 핵협정 복원은 우리의 영향력 밖의 문제일 수 있다. 이란 핵협정 복귀에 매달려야 할 바이든 행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쓸 외교력을 절약시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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