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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백신 유해설’과 개소리 / 구본권

등록 2020-12-07 14:25수정 2020-12-08 09:51

유효성이 확인된 코로나19 백신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 2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 백신에 대해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이번주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코로나 최대 피해국 미국도 연내 접종에 나설 계획이지만, ‘백신 거부’ 여론이 걸림돌이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지난 9월 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 중 백신을 안 맞겠다는 비율은 49%에 이른다.

‘백신 유해설’은 홍역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미국·영국 등에선 “백신 접종이 자폐를 부른다”는 왜곡된 정보 때문에 홍역이 집단 부활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홍역 감염자가 1년 전보다 50% 넘게 급증했다며 일부 부자국가들의 ‘백신 유해설’을 경고했다. 백신이 소아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백신 접종과 자폐 진단 시기의 근접성을 부각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졌다. 홍역백신은 첫돌 무렵 첫 접종이 이뤄지고 자폐증이 처음 나타나는 시기는 대개 접종 이후 걸음마할 즈음이므로 시기상 바로 이어진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이 백신 접종 뒤 사망 사례를 부각하며 독감백신 유해설과 공포를 확산시킨 바 있다. 지난가을 독감백신 뒤 며칠 안에 숨진 사례가 100건 넘게 발생했지만, 백신과 연관성 있는 경우는 1건도 없었다. 언론이 사실을 검증해 보도하는 대신 근거 없는 의혹과 허위정보를 확산하는 상황은 가짜뉴스와의 싸움을 비관하게 만든다.

팩트체크도 늘고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가장 돋보인 사실 검증기사도 퇴치하려는 해당 가짜뉴스보다 도달률이 훨씬 떨어진다. 지난 7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3년6개월간 거짓말 또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2만55번 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하루 평균 15.8회 허위정보를 퍼뜨렸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 사상 최대의 득표를 기록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의 저자 제임스 볼은 비용 측면에서 헛소리의 경제성을 분석했다. 황당한 헛소리를 만들어내어 소셜미디어에서 효과와 수익을 올리기는 매우 쉽지만, 이를 검증하고 애초 확산된 허위주장 수준으로 도달하게 만드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언론과 시민이 처음부터 개소리엔 관심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데,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갈수록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구본권 산업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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