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영화사 대표의 갑작스러운 부고가 영화계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코로나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영화계의 상황과 의욕적으로 활동하던 제작·수입·배급업자의 황망한 죽음이 겹쳐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 들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이 190만 관객을 동원하고 오스카 6개 부문에 후보를 올린 <미나리>가 선전하고 있지만, 코로나 유행 이전의 극장가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관객수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무려 73.7%가 줄었다. 특히 방학과 설연휴가 끼어 있어 극장 성수기로 꼽히던 지난 1, 2월 누적 관객수는 2019년보다 87.9%나 줄어, 관객 감소폭은 더 커졌다.
관객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건 코로나 3차 유행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극장 출입을 제한하면서 관객이 줄고, 관객이 줄자 주요 기대작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넷플릭스로 직행을 하면서 관객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한국 극장가만의 위기는 아니다. 또 넷플릭스 등 오티티(OTT) 서비스의 약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극장산업과 오티티 서비스는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적대적 경쟁관계가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넷플릭스의 성장세는 눈부셨고 국내 영상산업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의 직격탄을 맞을 것처럼 보이던 방송계보다 영화계가 피를 흘리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로 극장 개봉이 어려워지다보니 배급사, 제작사, 마케팅·홍보사까지 도미노처럼 흔들리는 형국이 된 것이다. 지난해 내내 매각설과 함께 ‘누가 사겠나’라는 소문이 충돌하던 씨지브이(CGV)같은 대기업이 휘청대면서 중소 수입·배급사와 제작사들은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적자를 감수하며 개봉을 진행한 곳도 많다.
정부는 지난 17일 특별고용지원업종을 추가 지정하며 영화업을 포함시켰다. 코로나 초기부터 피해가 컸던 영화업 종사자들에게 때늦은 지원처럼 보이긴 하지만 재기의 작은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김동영 스톰픽쳐스코리아 대표의 명복을 빈다.
김은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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