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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포토에세이] 떠나보내는 신발에게 / 김봉규

등록 2021-05-03 18:18수정 2021-05-04 02:38

이력서의 한자 이력(履歷)은 신발 ‘이’와 지낼 ‘력’을 써서 신발을 신고 어떤 발품을 팔며 돌아다녔느냐, 즉 지금까지 거쳐온 경험, 학업, 직업 등을 말한다. 오늘 나는 지난 17여년 이력이 되어준 신발 한켤레와 이별을 고했다. 항상 묵묵히 곁에 있던 친구와 같았고, 험하고 거친 일이 예상되면 신었던 이놈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함께했다. 아침에 말없이 나를 받아들였고 저녁이면 지친 나를 놓아주던 이 친구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했다. 나이 들수록 늘어만 간 육중한 내 몸뚱어리를 오랜 시간 떠받치고 다녀서 밑창을 갈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기저기 헤지고 만신창이가 되어 내 곁을 떠난다니 마음이 짠하다. 이별에 앞서 땅바닥에서 처음으로 신문사 책상 노트북 자리에 올려놓고 영정 사진 찍듯이 이 친구를 찍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마주한 신발은 남루하고 헐벗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새 신발을 신더라도 너와의 기억을 잊지 않겠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잘 가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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