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잃어버린 쓰임새
‘쓰임’이 사라진 자리에 서니 쓸쓸한 기운이 몸을 채웁니다. 채 50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교가 된 교실 한쪽 벽에는 역시나 ‘쓰임’을 잃은 책들만 덩그러니 모여 앉아설랑 더 이상 오지 않는 학생들을 기다리다 애를 태웁니다. 뻥 뚫린 지붕 사이로 주인인 양 밀고 들어온 봄바람만 제 쓰임새 자랑이나 하듯 자꾸 등을 떠밀어댑니다. 온기 하나 제대로 얹어주지도 못하고 나서는데, 어인 일인지 코끝에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임종진/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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