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시선] 봄 햇살 한 근
봄은 얄밉게 온다. 꽃샘추위 몸살을 앓고 나서야 선물처럼 햇살을 펼쳐 놓는다. 느림보 걸음으로 동네를 서성거리다 마주한 풍경 한 조각. 연둣빛 봄은 후미진 동네 어귀 벽에 먼저 와서 철퍼덕 앉아 있었다. 계절은 또 이렇게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겠지. 흐르는 시간 앞에 무심하게 꽃들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세월의 질감을 각인시킨다. 벽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빛 조각들이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날 듯하다. 괜찮다, 다 괜찮다, 봄이 왔다.
고현주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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