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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권 수사' 검사 대거 교체, 국민 눈높이 맞나

등록 2021-06-25 20:08수정 2021-06-25 20:10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법무부가 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하면서 주요 정권 관련 수사를 이끌던 수사팀장들을 대거 교체했다. 더욱이 교체된 검사들은 모두 보직을 맡은 지 1년도 안 됐다. 정권을 겨눈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번 인사가 불필요한 오해를 낳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인사 내용을 보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해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담당하던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자리를 옮겼다. 변 부장은 지방의 비수사 부서로 발령이 나 사실상 ‘좌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가 중간간부 90% 이상이 이동한 역대 최대 규모로 이뤄진 만큼, 이들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대규모 인사 때도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주요 사건 수사팀을 유임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수사를 맡고 있었다. 수원지검 형사3부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개입한 혐의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지난달 대검에 보고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기소를 검토 중이었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2019년 가수 승리의 ‘버닝썬 클럽’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직원 유착설이 제기되자 청와대가 이를 덮으려고 김 전 차관 사건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세 사건은 수사의 의도와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애초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에서 비롯됐다. 월성원전 사건은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에너지 전환 정책’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도 받는다. 청와대 기획사정 사건은 의혹의 실체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모두 감사원의 수사의뢰나 고소·고발 등에 따라 수사가 시작됐다. 배당된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

이번 인사로 세 사건의 수사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후임 수사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 수사’를 피하기 위한 인사라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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