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김기표 반부패비서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27일 사퇴했다. 비서관에 임명된 지 석달, 재산등록 내용이 전자관보에 공고된 지 이틀 만이다. 재산 내역에서 드러난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곧바로 사표를 수리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재산등록 내용만 봐도 김 전 비서관의 결격사유가 한눈에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점을 청와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 전 비서관은 경기도 분당 아파트(14억5천만원)와 서울 마곡동 상가 2곳(65억4800만원) 등 총 91억2623만원의 부동산 자산에 53억6215만원의 금융부채가 있다고 신고했다. 금융부채는 마곡동 상가 2곳 가치의 82%에 이른다. 가능한 대출을 총동원해 부동산을 사는 이른바 ‘영끌 빚투’에 가까운 모양새다. 2017년 6월 매입한 광주 송정동의 임야(4970만원)와 근린생활시설(8억2190만원)도 투기 의혹을 살 만하다. 이 땅은 김 전 비서관이 2017년에 샀는데, 2016년 도시개발 계획수립이 승인된 광주 송정지구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김 전 비서관은 근린생활시설(소매점) 소유권 보존 등기는 2019년 4월에야 했다. 소매점 터는 대지로 지목이 바뀌었다. 투자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한걸음씩 발을 내디뎌간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실 검증 아니냐는 지적에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까지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이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빗나간 답변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투기 행위를 왜 보지 못했느냐는 게 문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관련 도덕성 잣대를 아직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반부패비서관은 공직사회 비리와 부패를 감시하는 자리이니만큼, 더 철저히 검증했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청와대 인사 검증이 부실하다는 지적은 지난달 박준영(해양수산부),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도 나왔다. 세 후보 모두 국민에게 적잖은 실망과 허탈감을 안겼다. 장관 인사는 박준영 후보만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는데, 이번 일로 실망 위에 실망이 한겹 더 쌓였다. 청와대는 국민과 소통하는 자세로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