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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젠 화장실 질식사까지, ‘일터 불안전’ 끝이 없다

등록 2021-06-27 18:02수정 2021-06-28 02:41

지난 26일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 화장실에서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목숨을 잃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26일 부산 사하구 한 조선소 화장실에서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하고 목숨을 잃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26일 부산 사하구의 한 조선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던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인 황화수소에 질식해 쓰러졌다. 40대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진 직후 사망했고 20대인 또다른 노동자는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선박전기설비 외주업체 직원인 이들은 주말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참으로 허망하고 애석한 죽음이다. 일터에서 각종 사고로 다치고 숨지는 일들이 이어져 안타까움과 분노를 사고 있는데, 일상적 공간인 화장실마저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니 할 말을 잃는다.

소방당국의 측정 결과 이 화장실 공기에서는 황화수소가 단기간 노출허용농도의 17배 가까운 250ppm이나 검출됐다. 몇달 전부터 심한 악취로 유독가스 발생이 의심돼 관계기관에 신고도 했다고 한다. 회사 쪽도, 관계기관도 소극적인 대응만 한 셈이다. 제때 원인을 살펴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어이없는 사고다. 환기 시설만 제대로 갖췄어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싶다. 또 하나의 후진국형 사고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경찰은 오수관로를 통해 황화수소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회사 쪽의 잘못이 밝혀지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유독가스 질식 사고는 대표적인 산업재해 유형의 하나다. 고용노동부 분석을 보면 2011년부터 10년 동안 195건(316명)의 질식 사고로 노동자 168명이 숨졌다. 한번의 호흡만으로도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는 질식 사고는 치명률이 50%를 넘는다.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황화수소 관련 사고는 기온이 상승하는 6~8월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수많은 이들이 질식 사고로 희생됐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유독가스가 의심될 때 대응하는 매뉴얼만 정립돼 있었더라도 이번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질식 사고는 오폐수 처리시설이나 하수도, 맨홀 등에서 작업할 때 주로 발생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보듯 위험은 일상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2019년 여름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공중화장실에서 관광객이 황화수소에 질식해 숨진 일도 있다. ‘광주 붕괴 사고’에서 보듯, 일터의 안전과 시민의 일상은 깊숙이 닿아 있다.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고도 일터와 사회 전반의 안전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개선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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