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한겨레>와 <한겨레21>은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 교수 연구팀(김승섭·윤재홍)과 함께 천안함 생존장병 24명의 ‘사회적 경험과 건강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8명을 별도로 심층 인터뷰해 천안함 생존장병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등을 분석해 보도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9일 천안함 사건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관한 특별법’(천안함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역사 부정죄’다. 역사부정죄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 18개 국가와 이스라엘같이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등 반인륜적 범죄를 경험한 나라들에서 시행되고 있다. 역사적 진실을 지키고 반인륜적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는 과학자들의 검토와 비평의 대상이 됐다. 실증적 논거에 기반한 견해까지 역사부정죄에 해당될 수는 없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천안함 생존 장병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검토보고서에서 배용근 국회 국방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학계의 의견을 들어 “입법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왜곡을 처벌하는 ‘5·18 특별법’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은 이미 20여년 전에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고 대법원 판결을 통해 법률적 정리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역사부정죄를 적용하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반면 천안함 사건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이명박 정부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한 방향으로 조사 결과를 몰고 갔다. 합리적 의문을 제기해도 종교 교리처럼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윽박질렀다. 지난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첫머리에 천안함 장병을 언급하며 ‘국가가 내팽개쳤다’고 했다. 대선 과정에서 천안함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된다.
천안함 희생자·유족과 생존 장병을 예우하고 지원하는 일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또 비록 일부지만 터무니없는 음모론으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천안함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예우와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위헌 논란을 일으키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입법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