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소속 국회의원 5명에 대한 처분을 계속 미루고 있다. 지난달 8일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탈당을 권고한 지 한달이 다 되도록 실효성 있는 후속 조처를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초 민주당은 자진 탈당 권고에 불응한 의원 5명과 친인척 성범죄와 관련해 ‘2차 가해’ 의혹에 휘말린 양향자 의원의 거취에 대해 2일 최고위원회에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에선 ‘조국 흑서’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의 ‘대선 경선 국민 면접관’ 발탁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들 의원에 대한 처분 문제는 다뤄지지 못했다. 환골탈태를 다짐하며 국민에게 한 약속이 당내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안 된 것이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일 “앞으로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 비리, 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조사에서 투기 의혹이 드러나 탈당을 권고한 의원은 12명이다. 이 가운데 출당 조처된 비례대표 2명 등 7명이 자진해 당을 나갔지만, 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의원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탈당계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각자 나름 사유가 있겠지만 공당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의 신뢰성을 흔드는 일이다. 양향자 의원은 자신의 친인척인 지역사무소 회계 책임자가 다른 보좌진을 성추행하고, 본인 역시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30일 당 윤리감찰단으로부터 양 의원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지만,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선제적 조처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수사기관의 결론이 나오기 전이라도 자체 조사를 근거로 엄중히 조처하겠다던 약속이 무색하다.
당사자들로선 억울함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집권 여당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는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5명의 투기 의혹 의원들과 양 의원의 거취에 대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