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운크타드, UNCTAD)가 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기존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선진국 그룹은 한국이 포함되면서 32개국으로 늘어나게 됐다. 1964년 운크타드 창설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국민적 자긍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운크타드는 개도국의 산업화와 국제무역 참여 증진을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우리나라의 지위 격상은 급성장한 경제 규모와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이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이번 선진국 그룹 진출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로부터 한국의 위상을 명실상부하게 확인받고,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이 가능한 성공 사례임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이 ‘무역이 경제 발전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운크타드의 비전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모범 사례임을 확인한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와 외교 등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선진국으로 분류돼왔다. 국제통화기금(IMF)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조5512억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다. 세계무역기구(WTO)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5125억달러로 세계 7위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1497달러로 세계 26위다. 지난달에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이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했다. 앞서 2019년 10월 정부는 앞으로 세계무역기구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 등 대외적 위상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에서 더이상 개도국 지위를 요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운크타드의 이번 지위 변경 결정은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선진국 지위 격상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책임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개도국에 대한 경제 지원과 협력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도 더 많이 요구받게 될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국민들의 실제 ‘삶의 질’이 경제·사회적으로 두루 향상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