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재명 ‘미 점령군’ 발언에 ‘색깔론’ 공세 중단해야

등록 2021-07-04 18:58수정 2021-07-05 02:39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백운로 ‘이육사 문학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야권과 언론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두고 대대적 ‘이념 공세’에 나섰다. 이 지사의 말을 “대한민국의 출발을 부정하는 역사 인식”(유승민), “충격적 역사관”(오세훈)이라고 공격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에 이어, 4일엔 범야권 선두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가세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이 지사의 발언은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 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는 대목이다. 지난 1일 이 지사가 경북 안동에 있는 항일시인 이육사 기념관을 찾았을 때 친일 청산이 미흡했던 과거에 대한 아쉬움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발언 직후엔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하루 뒤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이 ‘점령군’ 표현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윤 전 총장은 한술 더 떠 노골적으로 색깔론을 펼쳤다. 그는 페이스북에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란 황당무계한 망언을 집권세력의 유력 후보가 이어받았다”며 “이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충격”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들은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고 했다. 논리의 비약일 뿐 아니라 집권세력 전체에 ‘국체 부정’이란 딱지를 붙이려는 저열한 의도다.

그러나 ‘점령군’은 1945년 일본 패망 뒤 38선 이남에 진주한 맥아더 사령부가 포고문에서 스스로를 규정한 ‘Occupying Forces’를 옮긴 것으로, 역사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최근 사례를 봐도 <동아일보> 회장을 지낸 보수 정치학자 김학준이 지난해 <신동아>에 한국 현대사에 관한 글을 연재하면서 일관되게 ‘미·소 점령군’이란 표현을 썼다. 승전국 미국이 패전국 일본의 지배 아래 있던 한반도 남쪽을 군사적으로 점령했다는 뜻이다.

대선 경쟁에 뛰어든 이가 상대 후보의 발언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에게 당부한다. 사실 왜곡과 과격한 선동으로 점철된 구시대적 색깔 공세를 중단하기 바란다. 미래에 대한 비전과 민생 해법을 두고 경쟁하기에도 대선까지 남은 8개월은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