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로비에 검사선서가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길거리에서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주요 부서의 부부장검사로 부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법무부는 이 검사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는데, 아직 징계 기간도 끝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였던 ㄱ검사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협력부 부부장검사로 부임했다. 이 부서는 경찰이 신청한 주요 사건의 영장 심사나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를 담당한다. 같은 부부장이지만, 서울중앙지검이 훨씬 규모가 크고 검사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사실상 ‘영전’으로 볼 수도 있다.
ㄱ검사는 부산지검 부장검사 시절이던 지난해 6월, 한밤에 길거리를 지나는 여성의 뒤쪽에서 어깨에 양손을 올리고, 자리를 피하는 여성을 700m가량 따라가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길을 물으려고 어깨를 쳤고, 사과하려고 따라갔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된다’며 ㄱ검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부산지검은 지난해 10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샀다. 그 뒤 법무부는 지난 5월25일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는데, 두달도 채 안 돼 ‘복권’을 해준 것이다.
검찰은 ㄱ검사가 감봉 6개월의 징계와 부부장 강등이라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징계를 받았으니 인사에서 배려를 해줘도 된다는 얘기인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봐주기 인사’를 하는 조직이 또 어디 있나 싶다. 민간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해고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립한 핵심 취지 중 하나가 검찰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막는 것인데, 검찰이 어떻게든 공수처의 견제를 안 받으려 한다는 점도 문제다. 검사 비위 사건을 공수처에 넘기지 않고 자체 수사만으로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조직보다 엄정해야 할 검찰이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것 같아 민망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