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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통일부 폐지’ 고집하는 이준석 대표의 설익은 인식

등록 2021-07-11 18:02수정 2021-07-12 02:39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에 이어 통일부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보수 쪽 진영은 원래 작은 정부론을 다룬다. 현재 정부 부처가 17~18개 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좀 많다”면서 “여성가족부나 통일부 이런 것들은 없애자”고 말했다. 10일에는 “대만에 통일부와 같은 조직이 있는가. 대륙위원회다. 북한에서 통일부를 상대하는 조직이 ‘부’인가. (노동당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며 거듭 통일부 폐지론을 폈다.

통일부 설치의 역사적 배경과 상징성, 현실적 과업 등을 도외시한 단견이라고 본다. 사회 일각의 ‘반북 정서’에 편승해 정치적 이익을 거두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앞서 2030 남성 일부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대 여가부 폐지를 주장한 것과 판박이다. 이런 얄팍한 정략적 계산만으로 국가 운영의 방향성이 담긴 부처 존폐를 거론하는 포퓰리즘 행태가 대선 시기 국민들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이 대표의 섣부른 현실 인식에 대한 의구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대표가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단순 논리에 근거해 통일부 폐지를 주장한 것은 특히 실망스럽다. 통일부는 남북 분단의 특수성 위에서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 통일을 준비하고 추진하는 역할을 맡은 부처다. 단지 “외교와 통일 업무가 분리된 게 비효율일 수 있다”는 한마디로 폐지를 주장하는 건,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드러낼 뿐이다.

대만과 북한에 통일부와 같은 정부 부처가 없다는 점을 폐지 근거로 든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두 나라 모두 부처 형태가 아니더라도 분단 상황을 관리하고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기구를 두고 있다. 노동당이 내각보다 우위에 있는 북한을 예로 든 것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옛 서독의 경우 통일부에 해당하는 부처인 내독관계성을 설치해 운영했다는 사실 또한 외면해선 안 된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리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서독 정부의 행태가 최적의 모델이 될 것”(권영세 의원)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겠나.

이 대표는 더 이상 원외 ‘정치 평론가’가 아니다. 소신을 표출하더라도, 제1야당 대표로서 국정 운영과 관련한 발언엔 한층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지지층만을 겨냥해 불필요한 국민 분열을 야기하는 언행은 자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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