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에게서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돌연 경찰 수사에 대해 ‘정치 공작설’을 주장했다. 이 전 위원은 13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여권, 정권 사람이라는 이가 찾아온 적이 있다. 와이(Y,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 추정)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 인사가)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신을 회유했다는 여권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은 지난달 <조선일보> 논설위원에서 곧바로 윤 전 총장 대변인으로 변신했으나, 불과 열흘 만에 급작스레 대변인직을 사퇴한 인물이다. 그의 사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는데, 이후 금품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이 풀린 바 있다. 그런데 사퇴한 지 20여일이 지난 지금 시점에 갑자기 ‘정치 공작’을 주장하고 나섰으니, 그 주장의 진위와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 전 위원의 ‘공작’ 주장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 정치”라고 비난했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정권을 도우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회유를 했다니…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당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만약 여권의 회유가 있었다면, 그런 정치 공작은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 수사를 모면하려고 이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씨 주장을 근거로 정치공세를 펴는 윤 전 총장 쪽과 국민의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전 위원은 불과 한달여 전까지만 해도 중견 언론인이었다. 그런 그가 고작 몇백만원어치 금품에 언론인 윤리를 내팽개친 혐의로 입건된 것도 모자라, 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주장을 불쑥 던지면서 아무런 사실 근거도 대지 않는 건 치졸하다. 사실을 추구하는 언론인의 자세를 저버린 모습에 참담함과 민망함을 금하기 어렵다.
이 전 위원은 이제라도 당장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누가 그에게 경찰 수사를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는지 그 사람의 이름만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런 뒤에 필요하다면 수사를 통해 낱낱이 진상을 규명하면 된다. 대선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기도 전에 ‘공작 논란’으로 정치권이 혼탁해지는 건 한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