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월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첫 수요시위. 수요시위 아카이브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매주 열려온 ‘수요시위’가 14일 1500회를 맞이했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뒤,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그해 1월8일 시작된 시위가 한번도 빠짐 없이 수요일마다 이어졌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지만, 일본 정부는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1500번째 수요시위는 코로나 확산으로 1인 시위로 진행되었지만, 세계 14개국 시민 1565명이 공동 주관하고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이들이 함께하며,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법적 책임을 요구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위, 세계에서 가장 슬픈 시위,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시위”라며 “1500차가 되는 동안 수요시위는 공감, 소통, 연대, 평화, 미래세대 교육의 장이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세계의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한 운동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반대하는 보편적인 인권 운동으로 세계인들의 연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5년 한-일 정부 간 ‘12·28 합의’는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켰고, 지난해 정의연을 이끌어온 윤미향 의원의 회계부정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운동이 어려움에 부닥쳤다. 이날 수요시위가 열리는 동안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이 소란을 피우며 행사를 방해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후세에게 역사를 올바로 가르치기 위한 노력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은 아직 거짓말만 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이고 죄는 밉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말고 서로 교류해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배워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이 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제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14명이다. 일본 정부는 이분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스가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았던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지난달 공식 결정했다. 이제 행동으로 옮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