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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 중립’ 원칙 허문 최재형의 국민의힘 입당

등록 2021-07-15 19:02수정 2021-07-16 02:37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최 전 원장이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감사원장을 그만둔 지 17일 만이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국민의힘 입당으로 그는 헌법이 명시한 4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정치권으로 직행한 첫번째 감사원장이 됐다. 어떤 사정과 명분을 앞세운들 그의 처신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최 전 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 입당을 결정한 뒤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밖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온 국민이 고통받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인 그가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감사원장직을 중도에 내던진 마당에 다음 선택지가 국민의힘 입당이 되리란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날 내놓은 메시지 어디에도 그가 감사원의 중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 메시지 한 줄 없었다. ‘정치 중립성 훼손 비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무책임을 넘어 비겁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이제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입당의 변 역시 생뚱맞긴 마찬가지다. ‘왜 최재형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어서다. 그가 자신의 정치 입문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메시지 가운데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최근 작고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 남긴 “대한민국을 밝혀라”라는 유훈뿐이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최재형의 다음 카드는 대선 출마 선언일 것이다.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그가 ‘대체 카드’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 전 원장이 외교·안보·경제 현안 등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 등을 정리하며 출마선언문을 직접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가 출마선언문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더라도 정치에 뛰어들기 위해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장 자리를 내팽개친 것만큼은 결코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최 전 원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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