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연내 인상은 거의 확정적이고,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냐 그 뒤에냐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5일 금통위 회의를 마친 뒤 “경기 회복세와 물가 오름세 확대 및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다음 회의부터는 통화 정책 완화가 적절한지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점점 강하게 밝혀온 이 총재가 코로나 ‘4차 유행’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금융 불균형의 쉼 없는 누적’ 때문임을 경제주체들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은은 코로나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5월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0.5%로 내려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다. 그런데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빚을 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 투자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 실물경제는 나쁜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자산 가격은 크게 오르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그 후유증을 우려해왔는데, 5월 말 올해 우리 경제가 4%대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을 밝힌 뒤 금리 정상화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5일 열린 금통위에서는 금리 동결을 결정했지만, 고승범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이는 다음 금통위 회의부터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주열 총재는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는 해소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기준금리 인상을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은 코로나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올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8월26일, 10월12일, 11월25일 세번 남아 있다.
15일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39%에서 1.49%로 급등했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 4차 유행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가 금통위 회의 결과를 듣고 깜짝 놀라 반응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한은의 움직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게 한은은 앞으로 시장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경제주체들도 더 늦기 전에 금리 인상에 대비한 부채 관리와 투자 위험 관리에 나서야 한다.